타이거 우즈 "골프신화 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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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와중에도 '골프 황제'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역사를 새로 썼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장(파72.6천5백58m)에서 끝난 PGA투어 베이힐 인비테이셔널에서 합계 19언더파 2백69타로 4년 연속 대회 정상에 올랐다. 단일 대회 4연패는 1930년 진 사라센 이후 73년 만이고, 횟수로도 27년 월터 헤이건과 사라센에 이어 세번째다.

또 브래드 팩슨.스튜어트 싱크(이상 미국) 등 4명의 2위 그룹을 11타차로 따돌려 대회 사상 최다 타수차 우승 기록도 세웠다. 이전까지는 92년 프레드 커플스(미국)가 9타차로 우승한 것이 최다였다.

▶황제의 카리스마

우즈는 지난해 말 왼쪽 무릎 수술을 받은 뒤 2개월간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 사이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가 유럽투어를 포함해 4승을 거두며 '황제'의 권좌를 위협했다. 그러나 우즈는 투어에 복귀한 뒤 네차례 대회에서 3승을 거두며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 시즌 내내 그를 괴롭히던 무릎 통증이 가시자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었다.

특히 2라운드 때 여자친구가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병원에 실려가는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3라운드에선 엘스와 맞대결을 벌여 완승을 거뒀다.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도 우즈의 정신력이 돋보였다. 전날 저녁 스파게티를 잘못 먹고 배탈이 난 데다 비가 흩뿌리는 나쁜 기상조건에서도 우즈는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2개를 잡아냈다. 타고난 유연성과 넘치는 파워, 탄탄한 기본기에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정신력이 어우러진 것이다.

더구나 우즈가 나타나기만 하면 다른 선수들이 먼저 주눅이 드는 '우즈 효과'도 한몫 했다. 승승장구하던 엘스가 4라운드에서 더블보기 2개, 보기 3개를 범하며 5오버파의 형편없는 스코어를 기록한 것도 '우즈 효과'의 방증이다. 2라운드까지 선두권이었던 엘스는 공동 38위로 추락했다.

▶기록 경신 언제까지

75년 12월 30일생인 우즈는 아직도 젊다. 우즈는 96년 하반기 투어에 데뷔한 뒤 7년 만에 통산 37승을 거뒀다. 이런 추세라면 샘 스니드의 최다승(81승) 기록 경신도 가능하다.

이번 대회에서 81만달러의 우승상금을 추가, 단숨에 시즌 상금 1위로 치고 올라와 상금왕 5연패를 이루는 것도 시간문제다. 통산 상금 랭킹에서도 우즈는 3천5백94만달러로 2위 필 미켈슨(미국.2천2백70만달러)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독주하고 있다.

일부에선 우즈가 파워 샷을 구사하기 위해 과도하게 몸통을 돌리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크다고 지적하지만 그의 신기록 행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최경주(33.슈페리어)는 합계 1언더파 2백87타로 공동 31위를 차지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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