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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사극의 고증문제-한국민방문화 고증회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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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극과 고증」의 문제는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활자나 음향에 의한 「매스·미디어」시대를 넘어 「보고 듣는 영상」의 시대일수록 역사극에 있어서의 고증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그것은 의상에서 언어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연기와 연출 등 거의 구석구석의 면모에서 「어필」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21일 한국민족문화 고증회(회장 윤택중)는 바로 그런 문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주제는 『고증의 필요성』(유영박·서울대 강사) 『고건축』 (권오순·한학자) 『언어·제도·풍속』(이전문·고증위위원) 『고의상』(신석호·학술원회원) 등. 다음은 이들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의 요지.
개인적으로는 TV를 거부할 수도 있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적 차원에서 TV는 대중에게 주는 영향은 지대하다.
따라서 어느 프로 건간에 조금이라도 잘못된 점이 있을때 TV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역사를 시각화하는 TV사극제작에 따르는 고증은 그 분야와 영역이 너무나 다양하고 넓어 고증을 해주는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정확한 고증이 있다해도 제작의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TV의 막대한 영향력에 비추어 그 교육적 기능을 생각할 때 사극의 제작자들은 고증을 받아들여 졸속에 빠지는 위험을 피해야 한다.
TV사극은 20여분의 짧은 시간으로 시청자들을 이끌어야하는 제한상황 때문에 본래 극이 지닌 긴장과 완화의 「리듬」을 갖출 수가 없고 산만한 삽화 「신」으로 연결 구성되고 있다. 이같은 평면적인 진행의 결함은 무대강치· 조명기술·「디자인」전문가·분장·의상전문가의 역할로 보충되어야 한다. 이들의 역할은 상식적이고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사극에 있어선 작품 전체의 가치를 좌우하는 유기적인 요소가 되어야한다. 고증은 바로 이러한 영역전반을 「커버」하는 것으로 작가의 극본에서부터 장식소품에 이르기까지 깊이 관계된다.
TV3국이 방영하고 있는 사극에서 고증이 무시되고있는 예를 들면 소실의 정실 대우문제로 『효자문』의 안동대감과 소실 금이의 경우, 『양반』의 좌윤 조상필과 소실 난저의 경우, 『옥피리』의 유부녀를 탈취하여 정실(?)로 삼는 평산군과 신씨 부인의 경우는 근본 착상부터가 부실할 뿐 아니라 고증이 결여되어 있어 극중에 부수적으로 빚어지는 대인관계가 다 어색해 지고 있다.
또한 시대에 없던 물건이 등장,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데 『양반』 중 정조 때 선화가 부뚜막이 높은 입식부엌에서 양배추를 썰고 있는 모습이라든가 중종 때 가마니가 나오고, 정조 때 조끼차림이 나오는 등이 그것이다.
또한 『효자문』에 나오는 초시택은 서울이남지방의사대부 집안에는 그런 칭호조차 없다는 것.
이러한 사극에 있어 고증의 무시는 극 자체를 보잘 것 없이 만들 우려가 있고 국민의 역사의식을 오도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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