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가 백리안 지역서 통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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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나라 농촌의 동족부락민들은 결혼성립 요인으로 종교나 직업은 별로 중시하지 않지만 혈족·출신신분·거주지역은 요즘도 크게 중시하고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어 주목을 끈다. 한국문화인류학회의 81차 월례발표회(25일·경복궁)에서 소개된 여중철씨(서울대박물관조교)의『동족부락의 통혼 권』이 바로 그 연구. 여씨의 연구내용을 소개한다.
조사대상자는 경북 월성군 강동면 양동리의 80여 가구 4백여 명이며 시기는 74년이었다. 이 부락민들은 우선 지역을 통혼 권의 중요 요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90%이상이 1백리 거리 안의 지역으로 통혼을 한 것이다. 통혼 거리가 먼 원혼은 거의 없으며 도내혼(54%) 군내혼(19%) 타도혼(12%) 부락내혼(10%)이 압도적이다. 타도 혼이라 해도 1백리 거리를 기준으로 한 인접군으로의 혼인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통혼 요인은 혈족과 계층. 동성동본 혼·근친혼·교우·4촌 혼동이 한 건도 없을 만큼 혈족을 중시하는데 이성동본 혼도 용납 않고 있다.
월성 손씨·월성 이씨로 주로 구성된 이 부락에서는 월성 손씨는 진주 이씨와 통혼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식으로 통혼하는 씨족이 대개 정해져 있으나 출신 신분을 무시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영남학파의 남인에 속했던 윌성 손씨·월성 이씨 동족부락민들은 같은 남인의 후예끼리 결혼하고 상인후예와는 결혼하는 집이 없다.
유대교도는 그들끼리만 결혼할 만큼 미국에서는 종교가 중요 통혼요인으로 꼽히나 불교도·무신론자가 많은 이곳에서는 종교를 문제삼지 않는다. 직업도 대부분 부락민들의 생업자체가 농업이므로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농촌인 이 부탁에서 어촌으로 출가하거나 어촌에서 이곳으로 출가해온 사례는 한 건도 없어 통혼지역이 1백리 거리를 기준으로 하고 있음을 다시 실감케 한다.
이들 혼인의 대부분은 중매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중매인들이 흔히 인식되어 있듯 행상 하는 여자가 아니라 50대 남자며 먼 친척이라는 점도 확인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농촌 인들의 결혼양태와 가치관을 엿보이게 하는 외에 농촌사회의 가족구조를 파악케 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녔다는 호령을 받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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