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물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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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솝」의 우화에는 가끔 물싸움 얘기가 나온다. 물싸움은 서양에서도 예부터 흔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경쟁자」란 뜻의 「라이벌」(rival)이란 영어도 물과 관계가 깊다.
「라이벌」이란 원래가 『같은 시냇물을 마시는 사람』이란 뜻의 「라틴」어에서 나왔다.
다만 어원은 모양온 비슷하지만 river가 아니라 「시내」의 뜻을 가진 rivulet와 같다.
그게 어느 사이엔가 연적을 「라이벌」이라고 부르게됐다. 생명을 걸고 싸울만큼 미운 적이 연적이다. 그런 적이 옛날에는 『같은 시냇물을 마시는 사람들』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물싸움은 옛 서양사람들보다 우리네가 더 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불을 매우 소중하게 여겼다. 관개가 발달하지 못한 때문이었으리라. 해마다 가뭄의 고통을 받아야했던 까닭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체가 높고 잘 사는 사람의 집에도 목욕탕 시설은 거의 없었다. 이것도 물을 아끼는 버릇 때문이었다고 밖에는 풀이하기가 어렵다.
최근 어느 일지의 「칼럼」에 이런 글이 실렸었다. 비행기속에서 찬물을 가장 많이 찾는 여객은 미국인이 아니면 일본인이며 그 다음이 「그리스」인이라는 것이다.
물맛이 좋은 나라의 사람일수록 물을 더 찾는다는 풀이가 여기 붙어있다. 그러고 보면 물맛이 나쁜 서구사람들은 별로 물을 찾지 않는다.
한국은 물맛이 좋은 편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인은 물을 그다지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다. 물을 아끼는 버릇에 젖은 때문일까.
그러나 물에는 절대필요량이 있다. 여름이라면 매일 적어도 3ℓ이상의 물은 마셔야한다. 생활에 필요한 물은 그 10배로 잡는다.
중복에다 대서까지 겹쳐 찌는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서울 변두리 시민들은 곳곳에서 물난리를 겪고 있다. 수도가설이 뒤진 때문이라고 한다.
「유엔」년감을 보면 수도의 보급율은 98·7%의 영국이 으뜸이고 그 다음이 화란·「스웨덴」·미국·서독·일본·「오스트레일리아」의 순으로 되어있다.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생활환경수준의 순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수도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수도의 보급율도 문제가 된다. 수도보급율이 80%가 넘는 일본이지만, 하수도는 25%도 못된다. 따라서 실제생활환경수준은 「프랑스」만 못하다고 봐야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하수도까지 50%이상이나 보급되기를 바랄 형편은 못된다. 그러나 서울특별시민들마저 상수도의 보급이 뒤져 물싸움을 벌인다는 것은 여간 부그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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