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개스 방출…만여주민 심야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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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1일 하오 8시20분쯤 서울 도봉구 방학동 7 서울 미원주식회사(대표 이휴)공장에서 「암모니아·개스」2t가량이 새어나와 인근 방학동·도봉동·창동·상계동 주민 1만여명이 코를막고 대피하고 창동에서 의정부로 가던 교외선 4개 열차가 한때 연발착하는등 밤12시까지 큰 소동을 빚었다.
이 사고로 주민 이춘근씨(38·여·방학동7)등 31명과 공장종업원 윤순중씨(37·여)등 3명이 「개스」에 중독, 인근성신의원등 6개 병원에 분산 입원했다.
사고는 미원공장 「암모니아·개스」수송차량인 서울7가7536호8t 「탱크·로리」(운전사 신창식·35)가 충주종합화학 공장에서 4t가량의 「개스」를 싣고 와 저장「탱크」(20t)에 주입중 2t쯤 넣었을 때 「호스」의 고무「밸브」가 찢어지면서 「개스」가 새어 일어났다.
새어나온 「개스」는 후텁지근한 무더위 속에 약한 북동풍을 타고 짙은 안개처럼 반경2㎞ 일대를 순식간에 뒤덮었다.
사고가 나자 공장측은 즉시 소방서에 신고하고 작업중인 공원2백여명을 긴급대피 시켰으나 주민들은 연락을 받지 못해 혼란이 컸다.
공장주변 주택가 주민들은 저녁식사 후 TV등을 보다가 갑자기 들이찬 「개스」로 영문을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당황, 일부는 간단한 짐을 싸들고 도봉산 쪽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질식했다 깨어난 김한준씨 (44· 방학동7) 는 『더위를 피해 중랑천 제방에 나가 바람을 쐬던 중 갑자기 매캐한 냄새가 나면서 숨이 막혀 상계동쪽으로 도망하다 쓰러졌다』고 말했다.
사고현장에는 소방차 10여대가 출동, 1시간30분동안 물을 뿌려 「개스」를 중화시켰으나 퍼진 「개스」가 워낙 많아 주민들은 밤새 냄새 때문에 고생했다.
한편 현장에 있던 공장경비원들과 종업원 1백여명은 취재간 사진기자들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하면서 『미원공장은 산업기밀시설』이라고 취재를 방해했다.
현장에는 남문희 서울부시장, 노리식 서울시산업국장등이 나와 「개스」중화작업을 지휘했다.
경찰은 「탱크」관리책임자 신중철씨(28·방학동7사택39)와 「암모니아」공 안창수씨 (37 ·도봉동 185)를 업무상 과실치상혐의로 연행 조사중인데 이중 안씨는 위험물 취급면허가 없음이 밝혀졌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무색의 기체로 물에 잘 녹고 기화열이 높아 제빙등에 쓰이고 미원의 발효공정에서 질소원을 공급하고 중화하는데 쓰이는 부재료이다.
인근주민 고동길씨(23·방학동7)는 평소에도 미원공장에서 「개스」가 심하게 새나올 때가 많아 공장측과 관계당국에 여러 차례 진정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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