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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창가학회, 정치적 좌경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불교 법화경을 주경으로 하는 일본정종의 창가학회가 작년 말부터 일본공산당과 접촉을 가져오다가 12일 드디어 정치적 좌경을 선언하고 나섰다.
작년 12월에 이어 이날 공산당 「미야모도」(궁본현치) 위원장과 두 번째 회담을 가진 「이께다」(지전대작) 창가학회 회장은 종교와 「마르크스」주의는 공존할 수 있으며 일본·「프랑스」·「이탈리아」 등 서방선진국 공산당의 노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종교를 부정해온 공산주의 및 공산당에 대한 새로운 해석·평가일 뿐 아니라 일본 국내 정치의 역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께다」회장에 의하면 종교와 과학적 사회주의(「마르크스」주의)는 다같이 인간의 생명을 억압해온 모든 고뇌를 해방하고 자유평등의 인간사회 창조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하며 다만 목적 실현의 수단과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즉 종교는 인간의 내부로부터 고뇌를 해결하려는데 반해 「마르크스」주의는 먼저 사회의 체제·제도·기구의 변혁을 통해서, 즉 인간 외부로부터 고통의 원인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불교는 인간의 고통을 실제로 해결할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실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종교라는 것이다.
한편 사회의 개혁은 사회현상에 대한 감상적 인식을 떠나 냉철하고 과학적인 분석를 기초로 해야한다는 것.
이런 점에서 불교와 「마르크스」 주의는 상호보완 및 상조관계에 있기 때문에 양자의 결합이 사회개혁과 인간의 고통 해방에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하는 것이 「이께다」씨의 주장이다.
그는 「이탈리아」에도 「마르크스」주의와 「가톨릭」교도가 협조관계에 있다고 지적, 원래의 「마르크스」주의는 지금 정형화해 있는 「마르크스」 주의보다 한층 폭넓은 인간주의 사상이라고 지적, 종교와 모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께다」씨는 일본 공산당이 폭력혁명 노선을 포기하고 의회주의로 선회함으로써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사실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하면서 「미야모드」당수의 사장과 조직을 격찬했다.
견원지간이었던 창가학회와 공산당은 12일 서로 미워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고 공동투쟁을 벌이지 않는다는 3개 원칙 위에 휴전이 성립된 것.
창가학회와 공산당의 화해 성립에 대해 가장 놀란 것은 공명당이다. 중도혁신 노선의 공명당은 64년11윌 창가학회에 의해 창설된 일본최초의 종교정당으로 소위 「헌법3원칙」을 둘러싸고 공산당과 격렬한 논쟁을 벌여 왔다. 현재 당수는 죽입의승씨.
창가학회와 공산당의 접촉기간 중에도 공명당은 원내외에서 공산당과 대립돼 오다가 화해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던 지난번 75회 국회 때는 공산당과 함께 여당인 자민당을 상대로 공동투쟁을 폈었다.
이 같은 변화는 공명당이 민사당 및 사회당 우파와 함께 걸어온 소위 「사공민노선」에도 중대한 타격을 주게 되어 일본의 정당관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일본 정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께다」 회장은 중공·소련 등 공산국가를 포함, 37개국의 방문을 마치고 다시 31개국으로부터 방문초청을 받고 있어 불교와 「마르크스」주의의 화해를 국제적 규모로 확대해 나갈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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