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저금리시대 차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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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단기 자금조달을 위해 판매하고 있는 환매조건부채권(RP)이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몸이 되고 있다. 한 증권사는 지난해 50회 연속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1조원이 넘는 시중 자금을 빨아들였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으로, 채권투자의 약점인 환금성을 보완하기 위한 금융상품이다. RP 매매는 자금 수요자가 필요한 돈을 조달하는 금융거래 방식의 하나로, 콜자금같이 단기적인 자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겨났다.

 RP가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은 것은 시중 금리보다 높은 연 4% 수준의 고금리에 매력을 느낀 투자자와 증시 침체 속에 신규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늘리려는 증권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증권사들은 RP 금리가 높아 역마진을 볼 우려가 있지만 고객 유치를 통해 다른 상품 판매로도 연결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KDB대우증권은 올 한 해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고금리 RP 상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KDB대우증권이 지난해 ‘그곳에 가면 특별한 혜택이 있다’는 슬로건으로 시행했던 특판 상품엔 1만7000만 명이 몰려 1조4000억원의 유치 실적을 올렸다. 특별한 상품은 50회 연속 매진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하며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대안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하고 있다.

 이번에 제공하는 상품은 ‘특별한 RP’와 ‘특별한 매칭RP’ 두 가지다. 특별한 RP의 경우 3개월 만기로 신규 고객만 가입할 수 있으며 금리는 연 3.3%. 특별한 매칭RP 역시 3개월 만기로 대우증권에서 추천 상품을 매수하거나 타사의 유가증권을 대우증권으로 이전하는 모든 고객에게 제공하며 금리는 연 4.0%다.

 특별한 RP 상품은 수익률뿐 아니라 안정성에서도 특별하다. 고객이 매수하면 만기 시점에 대우증권이 되사는 상품이다. RP에 투자한 고객은 만기 때 원금과 약속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RP에 투자할 때는 RP를 다시 사주기로 약속한 증권사의 신용이 가장 중요하다.

 KDB대우증권은 한국산업은행을 포함한 KDB금융그룹의 계열사로, 업계 최고 신용등급(AA+)이며, 담보채권으로는 A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를 편입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KDB대우증권이 RP 상품에 제공하는 고금리는 ‘고객 신뢰를 얻지 않으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일반적인 특판 상품의 경우 ‘특정 연령 대상’ ‘온라인 가입’ 같은 까다로운 조건이 달려 있는 반면, 대우증권의 특별한 상품은 조건 없이 고금리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고객 유치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올해 1년 동안 특별한 RP는 매주 총 100억원, 특별한 매칭RP는 매월 총 500억원을 판매할 예정이다.

 KDB대우증권 상품개발실 김희주 이사는 ‘여러 조건을 붙이지 않고 고객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혜택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별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차별화한 상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RP 상품은 전국 KDB대우증권 영업점에서 판매된다. 특별한 RP는 KDB대우증권과 처음 거래를 하는 고객이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특별한 매칭RP는 대우증권의 추천 상품에 투자하는 개인고객이 투자금액만큼 가입할 수 있다. 또 타사에 있는 유가증권을 대우증권으로 옮기는 고객도 그 금액만큼 가입이 가능하다. 추천 상품을 매수한 뒤 또는 타사 유가증권을 이전한 이후 RP를 매수하는 방식이며 가입 금액은 최대 5억원이다.

 KDB대우증권은 금리 4%짜리 RP를 중위험·중수익 상품과 연계해 투자했을 때 시너지효과가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년간 시중금리의 두 배가 넘는 성과를 올린 미국 하이일드채권이나 국내 롱숏펀드를 고금리 RP와 함께 투자할 경우 단독으로 투자했을 때보다 손실 위험을 절반 이상 낮추고, 수익은 시중금리를 초과하는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그래픽="이말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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