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르지 않은 죄값은 치를 수 없다" 「천원벌금」에 불복송사 7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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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저지르지도 않은 죄값을 결코 치를 수 없다.』단돈 1천원의 벌금형 때문에 지난 2년4개월동안 법률투쟁을 벌여온 박정웅씨(51·서울중구봉래동1가95)는 12일 7번째로 법의 판단을 받겠다고 재항고장을 서울형사지법에 냈다. 주위에서 『미친사람』이라느니, 『그까짓 돈천원 물어 버리면 그만 아니냐』는 빈축과 함께 손가락질을 받고 있지만 박씨는 『죄가 있어야 벌이 있지, 나는 억울하다』며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집념에 몸부림치고 있다.
7번에 걸친 송사를 몰고온 당초의 시비는 하잘 것 없는 고용인과의 시비 때문. 20여년간건툭도장업을 해온 박씨는 73년 3월 중구초동에 있는 중국음식점 중원반점의 실내 칠 공사를 맡았었다. 1개윌에 걸친 공사를 끝낼 무렵, 공사감독을 하고 있던 음식점 주인이 밖에 걸어놓은 선전용 간판에 불이 켜지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박씨는 전기관계를 맡고 있던 김길부씨(31)에게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니냐』고 한마디 던진 것이 시비의 발단이 됐다.
평소부터 박씨와 사이가 좋지 않던 김씨는 대뜸 『임금을 주지 않으려고 그런식으로 트집잡지말라』며 대들었고 끝내는 욕설을 주고 받다가 밀치고 당기는 소동까지 벌였다.
방범대원이 달려왔고 김씨는 2주의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나보다 20살이나 어린 김씨에게 맞은 것은 오히려 자신』이라고 주장 했으나 경찰은 박씨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경범최처벌범위반조서를 만들어 즉심에 회부, 1천5백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는 것이다. 즉결 때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도 해보았으나 10초도 안걸린 재판은 그의 호소를 들어주지 않았다.
박씨는『억울하다』며 73년5월10일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나 10개월뒤인 74년3월8일 서울형사지법 역시 벌금의 액수는 1천원으로 줄었오나 박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하루벌이로 어려운 살림을 꾸리면서 자신의 누명(?)을 벗기위한 박씨의 법정 투쟁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서울형사 지법 항소부에 항소했으나 74년6월8일 역시 항소기각, 대법원에서도 기각(74년11월12일), 당초의 시비 때 목격증인이 위증을 했다 하여 서울 형사지법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또 기각(74년11월12일) 됐다.
그동안 법원구내를 드나들기를 1백여차례. 2년에 걸친 소송비용만도 벌금액의 1백배가 넘는 13만여원이 들었다.
어려운 가정 사정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어 틈틈이 공사장부근 변호사 사무실, 또는 대서소를 찾아 법률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당초 사소한 시비로 출발했던 소송은 이제 사건자체의 크기보다 『억울함을 풀어 보겠다』는 집념과 『이기겠다』는 오기 때문에 중간에서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재심청구가 기각되자 박씨는 즉시 항고를 했으나 법률상식의 부족 때문에 제한된 기일을 넘겄다하여 또 다시 기각, 기각의 연속판결을 받는 어려움을 겪었다. 『판사들이 격무라고 하지만 법정에서 나의 주장을 한마디만 확인했다 한들 이같은 송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박씨는 다시 재항고장을 서울형사지법에 접수시킴으로써 사그라지지 않는 집념을 나타냈다.<진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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