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의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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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음부도율이 높아지고 있는 한편 금융기관 예금도 계속 담보상태에 있으나 증권시장만은 근자 계속 활기를 띠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연초의 2백70에서 지난 10일 현재로는 3백26으로 올라 2월의 환물파동 때의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특별한 여건의 변화 없이 이렇듯 주가가 오르고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경기국면과 관련해서 깊이 검토해야 할 일이다.
우선 실물경제가 크게 호전되고 있어 그 선행지표로서 주가가 좋아지고 있느냐에 대해서 객관성 있는 평가가 내려져야 하겠다. 실물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어 설비투자가 소생하는 과정에 있다면 당연히 주가가 선행지표의 구실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반기의 설비투자 예측치는 회복되기보다는 상반기 보다 오히려 저조화 할 시준가 있는 것이라면 주가가 경기 경향을 앞질러 상승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물론, 증시주변에서는 해외건설과 수출전망 때문에 그 분야의 주식을 중심으로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지만 그것이 설비투자의 호전을 수반하지 않는 한근처 있는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다음으로 어음 부도율이 높아지고 예금 증가율이 정체하고 있는데 증권시장만이 활기를 띠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가려낼 수 있다면 정책적으로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때 금융시장과 증권시장은 대체 관계에 있어 한쪽이 번영하면 다른 한쪽은 쇠퇴한다고 생각됐다. 그러나 증시자체에서 유포되는 자금도 금융계수에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증시의 활기가 곧 금융의 위축을 뜻할 수는 없다.
오히려 금융자금의 순환경로에 변화가 생긴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왜 어음부도율이 늘어나고 예금이 정체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는 별도의 각도에서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즉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대기업이며, 대기업은 금융 긴축하에서도 증시를 통해서 필요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증시를 통해서 대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금융기관자금 수지는 악화되고 그 반사작용으로 여타 기업은 대금난을 겪게되어 부도현상이 증가하지 않느냐 하는 점을 규명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러한 인과관계만으로 부도율과 예금정체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대기업이 조달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사태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비축금융상환이나 차관원리금상환에 충당하는 경우에만 증시에서 조달된 자금이 금융계수의 축소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며, 어음부도율 증가가 예금정체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한편 비축금융상환이나 차관상환 때문에 대금이 빨려 들어간다면 어떻게 해서 증시는 계속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금융기관자금 수지가 악화되어 대출이 6·25선에서 억제되고 그 때문에 금융상의 한계기업은 부도를 내고 있는데 어찌해서 증권시장에는 자금이 풍성하게 유통될 수 있는 것인가.
이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예금주의 동향과 자금분포면의 평가가 중요할 것이다.
근자 단자시장까지도 정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공공금리의 수력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더우기 경기침체로 부동산 경기나 건축경기도 저조하다. 그 위에 각종 조세공세 때문에 과세 가능한 분야에의 투자는 투자자에게 자칫 잘못하면 실질적인 손실을 입힐 가능성조차 없지 않다. 이러한 틈바구니 속에서 세금공세가 없는 증권투자에 자금이 집중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더우기 분배구조의 소산으로 재산소득층이 상당한 규모로 이미 형식되어 있다면 일반적인 자금난과는 관계없이 증시는 흥청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시장의 활기가 경제 정책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에 대해서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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