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격돌 피한 「수정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심의기간 「3일」의 짧은 시한에 쫓기고 있는 국회의 중요입법 심사는 여야의 수정작업으로 「속결」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국민부담, 기본권 등과 관련해 중요한 내용들을 크게 담고 있는 법안들이어서 수정폭을 둘러싼 절충도 쉽지만은 않다. 이번 임시국회의 초점을 이루고 있는 중대 입법안의 심사주변을 들여다본다.

<여선 두 가지 유연지침 시달>
여당은 당초 5개 주요법안 처리 전략으로 두 가지 유연지침을 시달.
첫째는 여야의 격돌을 피한다는 것.
둘째는 야당이 수정안을 낼 경우 반영한다는 신축성.
공화당과 유정회는 임시국회가 열린 지난 28일 이후 매일 조조간부회의를 열어 「1일작전」을 세웠고 저녁때면 원내총무단이 「1일 평가회의」를 열어 그 결과를 점검했다.
여야를 잇는 「대화」와 「접촉」도 활발히 벌여 정책위의장선-총무선-상임위원장과 야당의원선이 총동원됐고 여당간부들과 신민당의 소위소집책간의 「맨·투·맨」접촉도 시도했다.
이런 접촉은 의사당안·국회복도·상임위원장실·한식점등 자리를 가리지 않고 이루어졌다.
막후절충에서 여당은 「기필통과」와 「대폭수정」 가능성을 밝힌 양면전법을 구사.
신민당은 「대폭수정」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국정조사위법안에 대해 여당의 통과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형일 총무는 심지어 3일 본회의에 출석한 김종필 국무총리를 두 번씩이나 찾아가 이 같은 요구를 했는데 김 총리는 『김용태 총무와 잘 절충해 보라』고 말해 직접 「코미트」는 하지 않았다는 것.
수정절충에서는 사회안전법안 적용대장자의 간첩죄국한·민방위법에서의 훈련기간 단축·방위세법안에서는 세율조정과 징수목표액 삭감등을 밀고 나가 점차 수정 윤곽이 잡혀가고 있는 상태.

<침묵의 김 총재 막판에 결단>
방위세법안 등 이른바 정치입법안이 차례로 국회에 제출될 때마다 신민당 내에서는 전면 반대론이 대두됐으나 총무단의 접촉이 계속되면서부터 『반대만 하고 있다가 또 당한다』(김수한 의원 등)는 현실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어 마침내 수정론쪽으로 선회.
김영삼 총재 자신은 의총직전까지 거의 침묵을 지켰고 그 사이 총무단은 당내파벌을 안배한 각 소위를 구성, 무려 32명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바로 이점이 일단 예정했던 정무회의를 취소하고 곧장 의총을 소집했어도 소란(?)스럽지 않게 당론을 모은 「비법」-.
수정론이 먼저 나온 것은 방위세법소위와 민방위법소위쪽. 방위세법은 연2천억원 이상의 세금은 국민에게 과중한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민방위법안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 받게 된다는 우려에서 각각 세율조정과 독소조항 삭제로의 수정이 고려됐다는 것.
4일의 의총에서는 5개 소위 소집 책임자가 한결같이 수정투쟁론을 전개했다. 그러자 신도환 의원은 『신민당이 제안한 법안에 대해서도 보장을 받아야할 것』이라고 했고 정혜주 의원은 『국민의 생활안정이 방위의 요체』라면서 『소득이 많은 층이 많이 물도록 국한해야 된다』고 방위세에서 서민부담 경감을 주장.
김영삼 총재는 『이제 결단을 내림에 있어 「스테이츠먼쉽」을 발휘할 때』라고 말을 꺼낸 뒤 방위세법안에 대해서는 『국민의 부담을 최대로 줄여 파급효과가 적도록 할 것』, 민방위법안에 대해서는 『소위에서 문제조항 제거에 최선을 다하라』고 최대한 수정을 당부.
사회안전법안에 대해서는 『미전향 간첩에 국한시키지 않으면 전면 반대할 것』, 전파관리법 개정안에서는 『문제조항을 반대할 것』, 교육관계법 개정안에서는 『악용 안되도록 하라』는 등 방향을 제시.

<심사보고 생략, 싸움 피해>
대학교수들의 계약·임기제를 골자로 한 교육관계법 개정안 문공위 심의에서 신도환 의원(신민)은 『나와 관계가 있는 대구계명대학에서도 일찌기 계약제를 시도했다가 문제가 생겨 중단한 일이 있다』고 반론을 제기.
법안 제안자가 되어 답변에 나선 오주환 의원은 야당의원들이 『현역 교수에 대해서는 경과조치로 일단 재임된 것으로 간주해야 되지 않느냐』고 묻자 『상식적인 일이다』고 했다가 정정발언.
사회안전법안에 대한 정책질의를 벌인 법사위에서도 김명윤 의원(신민)은 『대상자가 너무 넓어 자칫 잘못하면 사회안전법이 아니라 사회혼란법이 될 우려조차 있다』고 비판.
그러나 여야간에 큰 쟁점으로 부각된 사회안전법안에 대해서는 법사위 전문위원의 심사보고를 생략해 정치싸움에 끼어 들지 않도록 했다. <조남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