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사태에 소·중공 반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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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의 분쟁지성과 중요한 외교문제 등 매사에 이견을 보여온 소련과 중공이고 보면 최근의 인도사태에 대해서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소련은 인도의 비상사태실시와 「간디」수상의 정적체포가 정당한 것이었다고 적극 지지한 반면 중공은 『피고가 원고를 체포한 꼴』이라고 비난하면서 그런 인도를 지지한 소련까지 함께 몰아붙이고 있다.
그러나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중·소의 미묘한 관계에서 독자노선의 등거리외교를 지켜온 월맹이 소련과 같이 인도사태를 지지하고 나선 점, 즉 월맹의 군 기관지인 「콴도터난단」은 최근 「간디」수상의 공적을 찬양하고 그녀의 계속집권을 옹호하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던 것이다. 이는 인지사태이후 월맹이 외국문제에 관한 첫 공식입장 표명에서 소련을 편들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인도는 「네루」이후 비동맹중립외교를 지켜 왔지만 대중·소 관계에 있어서는 62년의 인·중공국경분쟁이후 친소·반 중공 정책을 굳혀갔다. 그러니 이번의 인도사태에 대해 중·소의 반응이 엇갈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소련의「프라우다」지는「간디」수상의 조치가 인도대중의 광범한 지지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반동 정치인들이 정부에 대해 불복종을 선동, 이미 이룩해 놓은 진보적 사회개혁을 파괴하려하고 있다고「간디」의 정적들을 비난했다.
인도를 발판으로 한 소련의 「아시아」진출을 항상 못마땅하게 생각해온 중공이 여기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신화사통신은 소련이 반동적 지배체제를 유지하려는 「간디」의 탄압조치를 격찬했다고 꼬집고 소련수정주의자들이 인도사태에 노골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인도국민들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일침을 쏘았다.
월남전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중·소 분쟁의 격화로 자신의 전력지원에 피해가 올까보아 조심스럽게 중립을 지켜오던 월맹이 하필이면 이때에 싸움에 끼여들어 소련입장에 대한 공식 지지태도를 표명했겠느냐는 의문은 호기심을 일으키고도 남음이 있다.
인지사태이후 중공이 월맹의 인접국가인 「필리핀」 태국 등과 관계를 개선하여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급속도로 키우고 있는 때여서 그와 같은 월맹의 태도가 곧 동남아일대의 중·소 영향권 분열의 신호가 아닐까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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