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안전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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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8일 국회에 제출된 사회안전법안은 보안처분의 대상자·기간 및 특례규정 등 야당이 반대하는 문제점 등을 담고 있어 국회심의 과정에서 수정여부로 논란을 겪게 될 것 같다.
여당이 처음 이 법 제정을 구상했을 때는 간첩 등 공산주의자들에 한해 보안 처분할 것을 목적으로 했었으나 입안과정에서 전시에 대비한다는 차원으로 넓혀 그 대상범위를 확대했다.
적용대장에 반공법·국가보안법 위반자 이외에 내란·외환 죄가 추가되고 공소보류 자·기소유예 자를 넣은 것이 우선은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어 있다.
이택돈 신민당 대변인은 적용범위에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물론 공소보류 자·기소유예 자까지 포함시킨 것은 피의자 뿐 아니라 일단 입건됐던 사람은 사실상 모두 포함된다는 뜻에서 지나친 확대적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법안이 형의 집행유예 자도 당연히 포함시키도록 한 것은 집행유예기간이 지나면 형의 무효상태로 돌아간다는 법 정신에 근본적으로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보안처분 대상자의 결정을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의 행정처분으로 하도록 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검사의 청구에 의해 법무장관이 보안처분 심의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토록 한 규정은 위원회가「의결」이 아닌 「심의」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행정부의 단독 의사에 의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
처분기간을 2년으로 정한 것은 부정기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일부 국가에 비해서는 상당히 진보된 조항이지만 법조문에 법무장관의 기간갱신에 대한 구체적 조건이 결여되어 있어 사실상 자유재량권에 가깝다는 주장을 낳게 할 수 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보안대상자에 대해 72시간의 범위 내에서「동행보호」토록 되어 있는 조항은 헌법의 기본권과 관련돼 있으며 이의가 있을 때 대법원에 대해서만 재심청구를 하도록 한 것도 삼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법정신에 비추어 상당히 후퇴한 조항으로 야당은 간주하고 있다.
보안처분의 내용으로 되어 있는 보호관찰·주거제한·보안 감호 중 특히 주거제한과 감호 처분은 사실상의 형벌에 가깝다는 점에서 그 범위가 최소한도로 좁혀져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야당은 특히 대통령령에 위임한 사항이 너무 많아 자칫 잘못하면 법 운영과정에서 행정부의 지나친 과잉규제가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여당 측은 법 입안 과정에서 6·25 사변 당시의 부역자 및 기소중지 자·보도연맹 가입자들까지 대상자로 할 것을 검토했었으나 이렇게 되면 대상자가 사회 저명인사를 포함해 20여만 명이 넘고 이중처벌의 문제점등이 지적돼 모두 제외시키고 부역자 중에서도 단순 부역자는 제외했다. 다만 적극적으로 적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부역한자만을 포함시켰다는 설명이다.
입안과정에 참여했던 한 여당의원은 이 법 발효 이후 공직에 있는 사람이 만약 처분대상자로 확정통고를 받는다면 그 공직을 사퇴해야 될 것으로 본다고 사견을 피력했다.
여당은 심의과정에서 야당의 수정안을 받아들여 검토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있어 일부 문제조항은 수정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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