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사랑은 한국의 영원한 종교"라고 했다|유홍열 <성대 대학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오는 6월25일로써 우리는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저 무시무시했던 동족상잔의 6·25 동란 25주년을 맞게 된다.
10년이면 강산도 달라진다 하였는데 우리는 그 동안 그 2배반의 세월을 흘려 보냈으니 우리의 주변도 크게 달라 졌다고 본다. 1백여 만을 헤아렸던 서울의 인구는 동포형제를 닥치는 대로 학살한 괴뢰군의 야만적 행위로 10만 명으로 줄었다가 4반세기를 지난 오늘에는 6백여만명으로 늘어났고 서울의 번화가라고 불리던 명동·충무로 일대는 잿더미로 되었다가 오늘에는 세계의 어느 대 도시에로 발전했다.
그러나 6·25 남침이후 4반세기가 지난 오늘에 있어서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다시 동족상잔의 만행을 거듭하려는 북괴집단의 남침위협 바로 그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륙에 연결되어 마치 중국대륙의 왼팔과도 비슷한 위치에 놓여 있으므로 유사이래 중국대륙을 지배하게 된 건국 자나 그 후계자들은 반드시 우리 한반도 또한 그 지배하에 넣으려고 꾀하여 거듭 침입하여 왔었다.
그러나 이러한 침략자들은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있는 중첩한 산맥과 강하를 방패로 삼아 줄기차게 싸우던 우리민족의 굳센 저항에 부닥쳐 비록 평지에 있던 수도를 한때 점령한 일은 있었을지라도 무력적으로는 우리나라를 굴복시키지 못함으로써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슬기롭게 나라와 고유문화를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지켜 오게 하였었다.
사실상 대륙에 연결되어 있는 반도국 중에서 유사이래 다른 민족의 침략을 받고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나라와 고유문화를 지켜 온 민족은 세계 사상에서 오직 우리민족 뿐이었음을 우리는 크게 자랑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기적과도 같은 일은 우리민족이 아름다운 국토를 생명과 같이 사랑한 국토 애 사상에 연유한 것이었다.
『남태평양의 이야기』『낙원으로의 복귀』등의 소설을 지은 미국의 저명한 작가「제임즈·미치너」는 6·25 전란으로 황폐화한 한국을 l953년 12월에 돌아보고 귀국, 다음해 4월에 발행된 월간지『리더스·다이제스트』에『우리는 한국문화를 존중해야 한다』(One must respect Korean Culture)라는 글을 발표했다.
『한국인이 유사이래 중국인·몽고인·왜인·호인·공산군 등의 숱한 외침을 받으면서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나라와 고유문화를 지켜 오게 된 일은 역사적 기적이다. 또 대륙에서 발생한 유교·불교·「샤머니즘」등을 일본에 전수하며 도자기·온돌·무용·음악·천문대·측우기·금속활자·거북선·한글 등의 고유문화를 창조함으로써 세계문학 사상에 귀중한 업적을 남겼다.
이러한 빛나는 일은 한국인이 국토를 생명같이 사랑한데서 이룩될 수 있었다고 보고『한국의 영원한 종교는 국토의 사랑이다』라고 매듭지었다.
우리는 이러한 미국인 작가의 한국 관을 고맙게 받아들여 앞으로도 나라와 고유문화를 길이 지키기 위하여 사랑하는 국토를 사수하여야 하겠다. 그러려면 우리 국민은 각각 맡은 일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국력을 배양하고 굳게 단결하여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