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학과 집중 성적격차 여전|대학 계열별 모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문교부가 우수한 학생선발과 적성에 맞는 전공학과 배경을 목적으로 73년부터 단계별로 실시한 서울대 등 전국20개 실험대학의 계열별 모집제도가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간의 심한 성적 및 집중현상의 격차와 비인기학과에 배정된 학생들의 열등의식 등 여전히 많은 문젯점을 드러내고있다.
이는 최근 문교부에 보고된 74학년도「실험대학 연구보고서」(연구책임자 유인종 고대교수)에서 밝혀졌다.
이 연구보고서는 각 실업대학이 신입생을 계열별성적순으로 모집함으로써 보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는 있으나 학생들의 특정학과 집중지망현상을 평준화하지 못한 채 2, 3학년 진급시에 실시하는 전공학과 배정을 적성보다 1, 2학년 재학중의 학업성적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학과간의 우열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 가운데는 적성에 안 맞는 학과에 배정될 것을 우려, 학과배정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지난2월에 끝낸 실험대학의 전공학과 배정상황을 보면 서울대 자연계열의 경우 학생들이 전자공학과 등 일부학과에 집중 지원함으로써 배정대상자 1천57명중 66%인 6백98명은 제1지망학과에 배정됐으나 29%인 3백1명은 제2, 3지망학과에 배정됐고 58명은 학과지망을 일단 포기했다. 이에 따라 기상학과는 제1지망에서 단 1명의 배정자도 없었고(정원9명) 동물·식물·조선·지질·약학과·공업교육학과 등 12개학과도 배정정원을 채우지 못했으며 7개학과는 배정이 끝날 때까지 정원미달이었다.
학과지망을 포기한 58명중 51명은 학교측의 권유로 추후 정원미달학과 배정에 응했지만 나머지 7명은 끝내 이에 불응, 배정탈락자로 유급, 또는 제적 조치됐다.
고려대 공학부의 경우 배정대상자 4백49명중 약 82%인 3백76명은 1지망학과에 배정됐으나 나머지는 2지망∼3지망 학과에 배정됐고 이밖의 대학에서도 대부분 1지망학과 배정율이 85%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과간의 성적격차를 보면 서울대 자연계열의 경우 학과별 배정대상자 성적 커트·라인이 5백점 만점에 전자공학과와 3백83·3점을 비롯, 화공·산업공학과 등 일부학과는 3백60점을 넘고있는데 비해 약학과의 최저2백5·8점을 비롯, 지질·천문·기상·식물학과 등은 2백50점에 미달하고 있다.
이 연구보고서의 고려대 연구책임자인 김덕진 교수 등은 이같은 학과간의 우열격차로 적성에 안 맞거나 비인기학과에 배정된 학생들이 열등의식을 갖게되어 학업의욕상실·배정학과 이탈 등을 우려했고 이밖에 지도교수의 과중한 근무부담 및 학생생활 지도과정 등도 문젯점으로 지적했다.
한편 서울대 연구책임교수인 서명원 부총장 등은 이에 대해 부전공제 및 복수전공제 확대실시와 아울러 학과별 정원·학과진학지도·학과배정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