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소매치기단의 검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따져보면 도둑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사회가 어지러워질 때 기생충처럼 창궐하는 법이다. 더욱이 현대 도시 사회에 있어서는 폭력 조직 등과 함께 하나의 사회 병리적인 편의 집단으로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전국 23개 교도소에 수감돼 현재 휴업중인 도둑만도 수만명으로 헤아리며, 아직도 계속 암약 중에 있는 대소 도둑들에 의한 피해도 날로 증가 일로에 있어 이로 말미암아 선량한 시민들은 거의 도둑 「노이로제」에 걸려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러므로 최근 검찰 당국이 전국 23개 소매치기단의 계보를 밝혀내 장구한 기간 그 장물 총책 역을 해오던 두목 2명을 구속하는 것과 아울러 이 범죄 조직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혐의를 받고 있는 경찰관수 10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는 참으로 귀가 번쩍 뜨이는 낭보임에 틀림없다.
「버스」안이나 「버스」정류장·역·관광지·극장·다방·길거리에서 소매치기에게 지갑이나 시계 등을 날치기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인 것이므로 시민들이 검찰의 이번 소매치기 소탕전을 쌍수를 들고 지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면서도 시민들은 이 소매치기단이 1백50명에 이르는 거대한 조직 규모를 거느리고 처분한 장물만도 억원대에 달했었다는 사실과 더군다나 경찰이 이들과 결탁·접선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 앞에 충격을 금할 수가 없다.
그들은 이미 15년 동안이나 법망을 뚫고 버젓이 존재해 왔을 뿐 아니라 대담하게도 자가용차 3대를 동원, 범죄에 사용해 왔으며 또 이들을 단속·검거해야할 경찰관이 오히려 돈을 받고 그 가증할 범죄 행위를 묵인해 주거나 방조까지 했다하니 한심하기 그지없으며 우리 사회의 무방비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번에 검거된 소매치기단은 소매치기·장물아비·경찰관의 3위 1체 조직과 소매치기의 기업화가 특징이라 하겠는데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는 또다시 이 같은 불미스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소매치기와 장물아비를 잡아 교도소로 보내고 관련 경찰관을 사법 처벌해 본들 소매치기는 결코 근절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매치기 등의 범죄가 대도시에 많은 이유는 도시의 인구 밀집과 이로 인한 생활의 불안정, 범죄자의 은닉을 돕는 강한 익명성, 소매치기한 장물의 용이한 처분, 허황된 욕망을 자극하는 소비, 향락 시설의 편재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런 생활 환경 조건이 흔히 사람들로 하여금 유혹에 대한 항거력과 자제력을 마비시켜 범죄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1차적으로 현대 도시의 이른바 「나쁜 생활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 하겠으나 이와 아울러 가정적·사회적 결함과 빈곤을 추방함으로써 건전한 사회 기풍을 확립하는 일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범죄자의 처우 대책 또한 법적 제재나 교정 시설에의 수용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소매치기에 특히 누범자가 많고, 또 교도소가 범죄자의 개과 천선과 사회 복귀를 위한 교육의 장이 되기보다는 도리어 범죄 모의와 공범 조직을 위한 「교도소」의 역기능을 하는 일면이 있음이 곧 이 사실을 말해준다 하겠다. 소매치기 없는 사회, 「도불습유」의 명랑한 사회를 이룩하는 일에 우리는 모든 지혜와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