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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평등 어떻게 쟁취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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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5년 세계여성의 해를 맞아 유엔이 주최하는 세계여성회의가 19일부터 2주일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다. 「평등·발전·평화」를 주제로 전세계의 여성문제를 다룰 이번 회의에는 한국에서도 이효재(이대교수) 이매리(범태평양·동남아시아여성협회 회장) 김정태(가족계획연구원 연구실장) 박혜경(숙대교수)씨 등 5명의 국가대표가 참가하는데 전세계에서 2천여명의 여성지도자가 모일 예정이다.
여성의 능력개발과 지위향상,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전체의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 회의는 각국의 특수사정과 함께 벌써부터 격렬한 논쟁이 예상되고 있는데 주최측에선 이미 5개의 의제를 선정해놓고 있다. 즉 ①「세계여성의 해」의 목표―현재의 시책과 앞으로의 계획 ②세계평화와 인종차별 철폐에의 여성참가 ③남녀지위와 역할의 현상과 변화, 그리고 평등화에 있어서의 장애요소 ④남성과 동등한 입장으로서 여성발전에 참여하는 일 ⑤세계 행동계획 등이다.
이중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있는 것은 바로 세계행동계획. 각국이 앞으로 10년간 실천해야할 방법을 제시한 것인데 유엔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초안을 2백60개 항목으로 마련, 이미 지난4월 말에 마무리했다.
이 초안에서 제일먼저 강조된 것은 남녀평등의 법적 보호다. 『성에 대한 무차별, 남녀평등의 권리와 책임의 원칙을 헌법으로 보장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제27항에서 밝히고있다.
다음으로는 이미 법률에 재시된 원칙을 일반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가 제기됐다. 법의 제정에는 일반의 관습·가치관의 변혁이 따라야하므로 여성지위에 관한 여러 국내법의 근대화와 차별 없는 적용이 확보돼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28, 29항).
73년 현재 세계에는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하는 나라가 1백25개국이나 되나 실제 정책을 결정할 자리에 앉은 여성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다. 행동계획 초안의 44∼54항에는 모든 정치행동(투표·피선거권·공직취임·정책결정 등)에 여성의 평등을 호소하고 있다.
또 현재 선진국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있는 여성근로자의 고용과 경제활동문제를 제75∼94항에서 취급하고 있다. 각국정부가 여성근로자에 대한 기회·대우의 평등, 그리고 동일노동=동일임금의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과 행동계획을 준비하도록 촉구하고있다(77항).
특히 『현재 남녀평등을 저해하는 여성보호입법은 과학적·기술적 견지에서 재검토를 하고 개정이나 폐기, 또는 필요에 따라 모든 남녀근로자에 확대 적용해야 한다』(59항)는 조항을 넣어 「보호」보다 「평등」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성보호라는 가면을 씌워 실제에 있어 여성의 수입과 승진을 묶어온 경우가 많았다는 것으로 해서 특히 미국 같은 곳에선 이 보호법이 여성차별에 이용되기 쉬운 것이라고 지탄을 받아왔다.
이번 세계여성회의에선 이「보호」냐 「평등」이냐를 놓고 각기 다른 상황의 국가들 사이에 논란이 크게 일듯하다. 여기에 덧붙여 남녀의 역할에 대한 구별도 없이 하자는(78항) 내용도 명시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선 『타이피스트보다는 타이프라이터의 수리기술자가 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듯이 남녀의 성을 구분짓는 전형들을 타파하자는 것이다.
가사는 여성의 일이라는 것을 뛰어넘어 『여성이 평등한 권리·기회·책임을 갖고 남자와 동등하게 나아간다면 가정에서의 종래의 역할은 상황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재검토·재평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1백13항)는 것이다.
이밖에도 이 행동계획에는 『여성의 취업을 높이고, 기술계통을 장려하고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한다는 목표를 갖고 교육해야한다』(54∼74항), 『남녀평등을 목적으로 하는 건강과 영양계획』(95∼1백10항)등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 많은 행동계획들은 각국이 어떻게 받아들여 실시하는가 하는 문제가 앞으로의 과제인데 이번 회의에서 실정이 서로 다른 나라들에서 여러 수정안이 나올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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