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하하는 「사과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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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거창=이용우기자】사과주산지가 바뀌어가고 있다. 70년동안 사과의 왕자로 군림해온 경북의 대구사과가 점차 사양길에 접어드는 반면 거창·함양·합천을 중심으로 한 「경남사과」가 이에 대신해 각광을 받고있는 것. 이것은 경북일대의 사과경작자들이 품종개체를 외면, 경제성과 시장성이 낮아 이미 사양길에 들어선 국광·홍옥·축(축)등 재래종 생산만을 고집하는데 비해 경남지방은 수익성이 높은 후지, 스타킹, 골덴 등 신품종을 대량 재배하고있어 맛의 대결에서 이겨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
현재 경북도내 대구사과의 경작면적은 2만3천56㏊.이 가운데 당장 수확가능한 성과수(성과수)가 차지한 면적은 전 경작지의 57·4%인 1만3천2백26㏊이며 이곳에서 거둬들이는 전체생산량의 82·5%가 재래품종.
지난해 경북도내 사과생산량은 24만9천t으로 경작농가 3만7천6백63가구당 평균소득은 65만8천원이었다. 그러나 인건비·농약대·비료대를 제하면 순수익은 고작 25만원꼴로 투자자본의 이자도 못되고 있다.
이는 사과나무의 60%이상이 수령50년이 지나 결실한계가 넘은 데다 경작면적 1정보이하의 영세농가가 85·6%나 돼 결실기까지 10년을 기다려야하는 신품종개체 등 장기투자에 재배농가가 선뜻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때문이다. 게다가 경북지방의 재래종 사과나무는 키가 커 3∼5m나 되고 가지가 땅으로 향한 원추형이어서 발육이 나쁜데다 농약살포나 열매따기가 힘들어 인건비가 많이 먹히는 것도 결점.
이와는 달리 69년부터 신품종개발로 사과경작 붐을 일으켜온 거창 등 경남지방은 아직 대구단지의 면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전체경작면적(1천4백㏊)의 51%에 수익성 높은 신품종·장려품종인 후지 등을 재배,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경북 경산에서 20년간 사과를 재배해온 정학수씨(54)는 경작면적 5정보에서 지난해 6백만원의 소득을 올렸으나 경남 거창의 최남식씨(57)는 10정보의 사과밭에서 1천6백만원의 소득을 올려 사과밭 규모는 2배지만 소득이 3배 가까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사실이 그 좋은 예.
특히 경남지방의 사과나무는 개심형(개심형)으로 가지가 하늘을 향해 V자형으로 뻗어 햇볕을 잘 받는데다 키가 1·5∼2m밖에 안돼 관리가 수월하면서도 생산성이 높다. 또 품질면에서도 대구사과가 과피가 얇고 육질이 물러 열과(열과)현상이 잦은데 비해 거창사과는 이와 반대인데다 색깔이 곱고 당분함유량이 많다.
경남에서 산간지방인 거창·함양 등지는 평지가 해발1백50∼2백30m나 돼 한서의 차이가 심한 고냉지여서 풍해가 없고 노동력이 풍부, 사과주산지로서 최적지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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