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시설 투자 정체 상태|설비 금융 방출 실적 작년 동기의 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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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가 불황의 바닥에서 점차 벗어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기업의 설비 투자는 계속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긴축 정책에 따른 대금 압박·중장기 경제 전망의 불투명 등 요인으로 민간기업인들의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경향을 띠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출 산업에 대한 설비 금융 방출 실적은 금년들어 5월말까지 43억원으로 작년 동기간의 실적 82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며 금년에 5백억원을 목표하고 있는 특별 설비 금융도 5월말까지 1백30억원의 집행에 그쳤다.
판매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내수 업종은 물론 면방 화섬·전자·합판·「타이어」·가발·신발류 등 수출 호전에 힘입어 오름세에 있는 업종들도 신규 투자는 거의 없으며 기존시설에 대한 보완 내지 부분 대체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업 실비 투자의 저조 현실이 그 동안의 과잉 투자 (예컨대 화섬의 경우 74년1월 일산 3백45t이던 것이 75년1월엔 7백12t으로 배증)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업종이 단기적인 투자 「무드」에 편승, 그 동안 너무 증설을 서둘러 초과 시설 투자를 하고 또 이 때문에 현재 많은 고생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시설 투자 의욕을 잃게 된 것이라고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또한 혹독한 불황의 한파를 경험한 기업인들이 이제까지는 무조건 증설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으나 최근 들어선 과신을 수정, 조심스런 태도를 취하게 된 것도 원인의 하나로 지적된다.
이제까지 신규 투자를 합작 투자나 수출 산업이 중심해 왔으나 수출 산업은 해외 시장의 불투명 때문에 과거와 같은 우선 증설하고 판로를 찾자는 생각이 크게 바뀌고 있으며 합작 투자 사업은 외국 합작 선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국내 투자도 자연 둔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최근 들어 대기업에 대한 여신 관리가 강화되자 대기업들이 신규 사업을 벌이는 것을 삼가고 기존 기업의 내실화를 기하는 방향으로 소극화하는 것도 신규 투자 둔화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현 단계의 기업들은 일부 수출 및 내수 증가에도 불구, 그 동안 휴업 내지 중단했던 시설의 가동률을 제고하는데 그치고 신규 투자를 확대할 만큼 수요 전망이 밝지 못하다고 보고 있는 셈이며 이러한 조정기는 1∼2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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