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떼먹는 신용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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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금융인 상호신용금고가 걸핏하면 신용에 구멍이 뚫려 이에 들었던 수많은 영세상인들이 잦은 피해를 본다. 잔뜩 거둬들인 곗돈을 챙겨 갑자기 문을 닫고 증발하는가 하면 즉시 내줘야할 당첨금을 질질 끌며 미루는 등 변칙운영이 고질화, 선의의 가입자들은 목돈은커녕 원금마저 날리고 애를 태우기 일쑤.
정부는 사고를 막기 위해 상호신용금고법까지 마련(72년12월), 자유업을 인가업으로 바꾸고 업무감사까지 벌이고 있으나 감독이 제대로 안 되는 가운데 사고는 여전히 잇따르기만 한다.
현재 전국의 상호신용금고는 서울의 84개소를 비롯, 모두 2백31개소. 전국 상호신용금고협회(회장 김용건)에 따르면 이들은 업소마다 평균 1천5백∼2천명의 영세상인들을 끌어들여 신용계 또는 신용대부(할부)업무를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용금고는 자본금 하한선을 서울·부산 5천만원, 기타 시 3천만원, 기타지역 1천5백만원으로 정해놓은 금고법 규정에 따라 대부분 영세자본들인데다 경영형태 또한 사실상 사장의 1인 운영체제여서 상당수가 부금을 위험한 사채놀이 또는 부실사업에 집어넣거나 주먹구구식으로 활용하는 바람에 쉽사리 파탄이 나고있다는 것.
일부 금고는 자본금까지 회사등기가 끝나면 빼내어 법에 금지된 지사를 설치하거나 빚을 갚기도 하며 수입부금총액의 10%이상을 예치토록 돼있는 지급준비금까지도 당국의 감사가 지나가면 빼돌려 쓰는 등 부실운영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실태. 이 때문에 72년12월부터 지난달까지 2년반동안 전국에서 폐업 정리된 금고가 무려 1백여개소(신용금고협회 집계)에 이르고 당첨금 미불소동도 지난해의 경우 86건(협회집계)이나 되는 등 사고소동이 잦다.
최근 서울에서 일어난 증발·미불사고만도 대왕금고(종로구 적선동·대표 서재석) 한진금고(전 소재지 동대문구 숭인동·대표 정승면) 한신금고(종로3가·대표 김종훈)등 3, 4건에 이른다.
대왕금고의 경우 사장 서씨가 원목장사 등에 손을 댔다가 지난 연말 부도가 나는 바람에 연쇄적으로 미불소동이 일어났고, 한진은 지난2월 7백73명의 부금 2천4백만원을 거두어 달아난 증발사고의 한 예.
또 6월 3, 4일 사고를 낸 한신금고(피해 1억5천만원)를 수사한 경찰은 『주무당국이 자본·지불준비금·운영상태 등을 수시로 감사해야하는데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으며 어쩌다 하는 것도 철저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됐다』며 철저한 사전감사가 아쉽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금고협회측은 『사고피해를 공동담보하기 위해 현재 5억원 목표로 신용보장기금을 모으고 있으나 1억원밖에 걷히지 않아 충분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있다』고 밝히고 속히 기금을 채워 최소한의 피해라도 보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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