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경제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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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5월중의 경제지표는 대외거래 면을 비롯한 몇 가지 부문에서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고무적인 현상은 지난 73년말이래 내내 적자를 나타냈던 경상수지가 17개월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한 점이다. 비록 1천5백30만「달러」에 불과한 소폭의 흑자이지만, 현재 겪고 있는 외환사정의 어려움에 견주면 매우 중요한 뜻을 가질 수 있다.
항상 거론되는 대외 의존형 경제구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수입의 경직성이 매우 완강하리라는 고정관념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투자·소비양식을 안팎으로 강요되고 있는 절제시대에 맞추어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간다는 기본방향이 세워지고 이의 실행을 위해 경제·비경제적인 압력을 극복할 각오만 있으면 수입의 경직은 상당한 수준까지 완치될 수 있을 것이다.
월중의 수입둔화현상은 그동안의 강력한 수입억제정책의 성과로 볼 수 있겠지만, 아직도 저미하고 있는 경기국면을 반영한 부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 연말까지 누적된 수입으로 원자재재고의 상당량이 이월된 것도 수입수요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최근의 지표변화가 경기침체와 재고조정에 더 크게 힘입었을 경우, 수입둔화는 일시적일 뿐, 추세치로 정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월재고의 소진을 기다려 더욱 큰 수입수요를 유발할 가능성조차 없지 않다.
수출경기가 정부의 기대대로 순조롭게 회복된다 해도 원자재 도입의 부담이 애로를 형성할 소지도 있다. 이 경우, 당면한 수입억제와 수출용 원자재의 적기확보를 조화시키는 일이 매우 어려운 과제로 남게 될 것이다. 물가와의 연관에서도 조정하기 어려운 마찰과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미 15.5%나 올라버린 물가는 재정운용에서 획기적인 전기가 따로 마련되지 않는 한, 올해에도 가장 제어하기 어려운 정책목표의 하나가 될 것이 거의 분명해졌다. 5월의 재정·금융경향은 통화 면에서의「인플레」압력을 줄이려는 노력을 반영하고 있으나 그 성과는 하반기의 달성여하에 달려있다 하겠다.
지표상의 또 한가지 변화로는 경기예고지표가「오일·쇼크」이래 처음으로 상승국면을 나타냈지만, 이것이 전면적인 경기회복의 시발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거래·무역·투자관련지표의 호전에 힘입었다 하나 여타의 주요지표들, 예컨대 생산이나 제조업출하·재고동향·건축활동의 신장추세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음을 볼 때 성급한 낙관은 아직도 이른 것 같다. 올해 1·4분기 GNP 실질성장율 5.4%는 그나마 작년 하반기 실적을 상회하고는 있으나 비농림어업 성장율이 6%에 미달함으로써 불황의 심도가 매우 뿌리깊음을 볼 수 있다.
국제경제여건도 서독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유동적인 상태에 머무르고 있으며, 경기자극을 시도한 일부 공업국에서는 오히려「인플레」가 앙진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음은 주목할 만 하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안이한 낙관이나 성급한「리플레」정책이 아니라, 제반 불안정요소의 반전이 하나의 추세로 정착될 때까지 기다리는 신중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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