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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위장된 부조리는 누적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도세에 있어서 최하위인 충북이 소년체전에서는 당당히 3연승의 위업을 세웠다.
장하다면 장한 일이다. 그러나 같은 체전인 성인의 전국체전서는 충북이 11개 시·도(재일·재미제외)중에서 63년이래 계속 10위다.
충북의 이 소년과 성인의 불균형을 무어라 표현할까?
험구가가 있다면 『충북도민은 선천적으로 신체적성이 놀라울 정도여서 어릴 때는 잘하는데, 어른이 될수록 양반 기질 때문에 성적이 떨어져 간다』고 말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험구에 귀를 기울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보다는 충북이 다른 시·도에 앞서 도 교육위원회의 막강한 힘을 이용해 「팀」을 정예화 했다는 점에 관심을 쏟을 것이다.
충북이 바다는 물론 실내「풀」이 하나도 없으면서도 이번 대회의 수영부문에서 전통의 부산세를 엎고 1위인 서울보다 근소한 차로 2위를 획득했다.
하도 기특한 일이라 그 연유를 물어보면 임원과「코치」들은 서슴없이『6개월 동안 서울에서 전지훈련을 했다』고 대답한다.
그들은 막대한 경비와 피눈물나는 노력만을 강조할 뿐이지 그 6개월 동안 선수들이 학교 문턱을 밟지 못했다는 사실에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이미 작년의 일이지만 충북의 죽향초등교는 축구의 결승전에서 강하고 몸이 좋다는 부산 소년의집을 6-0으로 크게 이겨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 초등교「팀」에 서울의 H중학을 졸업한 최모 선수가 끼어서 뛰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한번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선수는 지난 봄 서울의 중앙고에 정상적으로 진학, 선수생활을 하고있다.
이같은 것이 충북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 면모를 알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니 흔히 운동장에 나도는 『부정=우승』이라는 말을 가볍게 받아넘길 수만은 없다.
작년까지 충북에 2번 우승을 뺏긴 서울은 이번의 제4회 대회를 맞아 소위「작업」을 작년 말부터 개시했다.
축구는 대신중, 농구는 성신여중·광신중, 배구는 충암중·중앙여중 등으로 각 학교의 우수선수를 모아두고 서울 대표로 미리 선정, 집중훈련을 실시했다.
그 과정에 전국 규모의 중·고 연맹전이 서울에서 벌어졌지만 서울의 대표「팀」들은 「작업」의 총 본산인 서울시교육위원회로부터 『다른 시·도에 전력을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는 엄명 때문에 출전치 않아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서울은 부정이 제일 많은 시·도라고 지탄받았지만 끝내 3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를 두고 서울의「작업」은 충북에 비해 연륜이 짧고 서투르기 때문이라 꼬집는 사람도 있다.
6백만원의 예산을 들인 제주도는 그 많은「배지」가운데 동 1개로 그쳐 동「배지」치고는 너무 비싸게 들었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도세도 약하지만 전혀 선수전학 등 일체의 부정을 안 했기 때문이라 변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주도도 섬 중의 섬인 추자도초등학교의 여자농구「팀」을 제주여중에서 1개월 이상 합숙 훈련시키면서 선수들을 인근의 아나초등교에서 보충 수업시키는 과정을 밟았다.
가장 깨끗했다는 제주도가 이 정도였으니 선수전학은 물론 장기간에 걸친 학업 전폐의 집중훈련은 각 시·도에서 다반사처럼 되어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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