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 살겠다는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한신<아시아 자동차 사장·전 합참의장·예비역육군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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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지사태 이후 안보의식이 높아지고 총화안보태세의 확립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철통같은 안보태세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국민총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국민총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론통일이 이루어져야 함은 재언을 요치 않는다.
그 동안 국내 정치문제로 국론이 분열된 듯한 인상을 준 적도 있었으나 인지사태 이후 이런 현상을 극복한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금괴 반출하려 했던 월남의 지도자>
인지사태는 한마디로 자유세계의 큰 불행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불행으로만 보기보다는 여기에서 우리가 교훈을 얻고 이 교훈에서 우리대로의 실천원칙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나는 월남과「크메르」의 패망과정에서 지도자들이 금괴를 국외로 반출하려했다는 외신보도를 보고 경악했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국가와 민족을 지킬 자세부터 안돼 있었던게 아닌가. 아마 그들이 올바른 지도자였다면 스스로 자결하는 길을 택했을는지도 모른다.
6·25당시 불리한 전황에서 일부 인사들이 이승만 박사에게 임시수도를 제주도로 옮기자고 건의한 일이 있었다고 듣고 있다. 이때 이 박사는『한반도가 적화되면 나는 권총으로 자살하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박사의 공과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이런 이박사의 자세야말로 얼마나 의연한 지도자의 모습인가.
최근 박정희 대통령의 서울 사수 발언도 지도자로서 국민과 함께 살고 죽겠다는 굳은 결의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그분의 평소 철학인줄로 안다.

<해외 이주하겠다는 불쌍한 사람>
지도자의 이런 확고한 자세와 함께 국민들도 신분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안보에 대한 결의를 가져야 그야말로 총화안보가 이루어지리라고 믿는다.
서울이 적의 포 사정권 안에 들어있고 4, 5분이면 적기가 머리 위에 올 이런 상황에서 모든 국민은 누구나「자기」를 떠나 적을 막겠다는 결심을 굳혀야한다. 이것이 바로 총력안보다.
김일성에게 소위「결정적 시기」를 주느냐, 안 주느냐 하는 문제도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자세에 달려있다.
자기만 살겠다는 사람은 오히려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박대통령의 필생칙사 필사칙생이란 말을 거듭 강조하고싶다. 이것은 전투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경험을 갖고있다.
돈을 갖고 해외 이주하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들린다. 이런 사람은 한마디로 민족 배반자다. 오히려 불쌍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밥 먹고 산다고 다 사람은 아니다. 뭔가 자기 할 일을 해야 사람이며, 그것을 못하는 사람은 차라리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다.
이런 얘기는 기업에 대해서도 하고싶다. 재벌들은 오늘이 있기까지의 사회적 혜택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잘사는 사람은 항상 못사는 사람을 보며 살아야 하고 못 사는 사람은 잘사는 사람만 보지 말고 잘살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라야 할 것이다.

<잘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길」>
이처럼 국민 누구나가 자기 입장에서 최선을 다할 대 총화가 되고 총력안보가 가능해진다.
국방이란 군인이나 예비군만이 하는 게 아니다. 따지고 보면 한 개인의 부조리나 불법도 적의 간첩침략의 소지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적을 이기는 행동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문제를「자기」의 입장이 아니라「전체」의 입장에서 봐야 할 것이다. 6·25가 왜 일어났는가를 냉정히 생각해 본다면 우리 스스로가 틈을 제공했다는 반성도 나올 수 있다.
제2의 6·25가 있어서는 안된다. 자세가 모호할 때 위험은 가장 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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