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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적자는 내핍으로 극복해야|미「하벌러」교수의「인플레와 국제수지 대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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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다음은「하버드」대학의「고트프리드·하벌러」교수가「인터내셔널·프레스·서비스」에 기고한『「인플레」와 국제수지문제에 관한 대책』을 요약한 것이다. 「빈」대학 경제학교수로 있다가 2차 대전 때 미국으로 건너온 후 경제정책입안에도 깊이 관여했던 그는 원유고가시대의 개막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내핍에 의한 무역적자 극복을 주장했다. <편집자주>
IMF(국제통화기금)에 의해 뒷받침되어오던 환평형과 고정환율제도는73년 원유위기와 더불어 변동환율제도로 바뀌었다.
물론 이와 같은 변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이었으나 원유위기가 그 추세를 결정적으로 만든 것이다. 투기자금의 발작적인 집중은 구미 각국의 통화를 때때로 변동환율제 쪽으로 몰아넣곤 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극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EEC(구주공동시장)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투기자금의 집중을 중화시키려는 노력은 대부분의 경우 실패했었다.
한데 원유 값이 순식간에 4배 이상 뛰어버리자 새로운 문제가 재기되었다.
방대한 원유적자를 줄이기 위해 각국이 보호무역정책을 채택했기 때문에 변동환율제가 보편적인 제도로 뒤바뀐 것이다.
물론 변동환율제가 환율인상경쟁의 산물이란 뜻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것이 보호무역정책의 결과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변동환율제야말로 가장 적절한 초치라고 해야할 것이다. 불황과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각국의 노력이 분쟁으로 변하지 않으려면 변동환율제와 같은 보복수단을 상호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4반세기를 지탱해오던 공정환율제가 깨어진 것은 산유국의 원유수입 격증 탓이었다.
석유수출국은 오는 80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에 대해 2천억「달러」(74년 가격)의 부채를 안겨줄 것이다.
그리고 OECD회원국이 원유가 상승 이후 지불하는 원유수입액은 연 8백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이것은 기대액으로서 파악할게 아니라 GNP(국민총생산)와의 비교치로서 파악해야 한다.
즉 OECD회원국이 지출하는 원유수입대전은 전체 GNP의 2%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GNP가 1조4천억「달러」인데 반해 원유수입대전은 2백억「달러」여서 1.4%밖에 안 된다.
이것은 지난 2∼3년 동안 미 정부의 재화. 용역구입 비 증가 액과 엇비슷한 금액이므로 결코 견디기 어려운 부담은 아니다.
따라서 적어도 OECD회원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고「에너지」시대의 개막이란 일시적인 고통일 뿐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개인적으로건 또는 집단적으로건간에 일시적인 내핍으로 이를 극복하려하지 않는데 있다.
예컨대 OECD회원국에서는 최근 대금상승률이 연10%에 달했다. 실질재화의 뒷받침 없이 화폐임금만 이렇게 올려놓으면 그 결과는「인플레」로 끝날 것이 뻔하다.
또 몇 몇 개발도상국에서는 내핍생활로 원유적자의 피해를 줄이는 대신 외채를 들여오기에만 급급했다.
이런 식으로 원유적자가 해결된다고 생각했다면 참으로 딱한 일이다.
고「에너지」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이것은 어느 모로 보더라도 깨어지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절제와 내핍으로 적자를 줄이는 외에는 다른 해결방법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해외차입금에 의해 우선 당장 급한 국면을 매워 넘길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나라는 언젠가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를 해야할 것이고, 그 결과「인플레」에 의한 강제내핍으로 생활수준이 낮아져서 원유적자가 그쳐질 것이다.
결국 원유적자는 생활수준을 일단 낮춰야만 해결된다. 문제는 그것을 스스로 빨리 결행하느냐, 미루고 미루다가 어쩔 수 없이 하느냐는 선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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