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 재 인상 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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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산유국의 원유가격 재 인상설이 계속 전해지고 있어 세계 석유정세가 또다시 새로운 파동을 겪지 않나 하는 위기감을 주고있다.
얼마 전 미국을 방문했던 「이란」의 「팔레비」국왕, 또는 「오타이바」「아랍」토후국연방 석유상이 오는 9월에 원유 가를 다시 올리겠다고 밝히자 미국 「에너지」청은 10내지 15%선의가격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원유 가는 73년 가을 석유무기화 이후 약 4배가 뛰어오름으로써 이른바 자원파동을 격화시켰고 그 파장이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경제를 뒤흔들어 놓았던 만큼 우리는 깊은 관심을 갖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아야 하겠다.
특히 주의해야할 점은 석유문제란 그 자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타 1차 산품과 깊게 「링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4월 「파리」에서 열렸던 산유국. 소비국. 개도국합동회의 준비위가 결렬된 것은 산유국의 『석유뿐만 아니라 1차 산품 전체를 의제』로 삼자는 주장과, 소비국의 『석유문제에 한정』하자는 주장이 대립됐기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뒤이어 나온 원유가 재 인상설은 표면적으로는 세계적인 「인플레」와 미국 「달러」화의 상대가치 하락을 보상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진의는 석유준비회의에서 산유국 측의 입장을 강화하고 소비국으로 하여금 산유국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하는 사전적인 압력으로 사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한편 이와 같은 움직임은 세계를 휩쓸고 있는 불황으로 인해 세계석유수급사정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작년 12월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소비국 회의가 미국주도형의 결속을 하는데 대한 「롤·백」작전의 의미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배경이야 어떻든 산유국의 의도는 이미 적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선진 18개국으로 구성된 국제 「에너지」기구(IEA)는 27일 성명을 통해 국제석유준비회의 재개를 요청하고 「에너지」와 원자재를 포함하는 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하여 산유국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소비국을 「리드」하는 미국도 석유수입과징금을 「배럴」당 2 「달러」씩 거두기로 사전방비책을 강구하는 한편 산유국과의 「대결」이 아니고, 「협력」을 모색하는 태도를 명백히 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방침은 「포드」대통령이 「슐레진저」국방장관의 『석유무기화를 다시 들고 나온다면 무력으로 대항』하겠다는 발언을 즉각 부인하고 산유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는데서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작년 12월부터 동결되어 온 「배럴」당 11 「달러」선의 원유가격이 오는 9월에 다시 13 「달러」선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원유 가가 고정되리라고 낙관할 수도 없는 것은 그 동안 산유국이 「인플레·슬라이드」제를 계속 고집해 왔다는 것을 상기하면 된다.
더욱이 산유국이 원유를 다른 원자재와 한데 묶어 생각하는 한 만약 원유 가가 인상될 경우, 그 영향은 이제 겨우 불황을 벗어나려는 세계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우려가 큰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합리적인 「에너지」정책의 추구와 함께 가까운 장래에 있을 수 있는 제2의 석유파동에 대비할 방안을 지금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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