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인 대중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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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학이란 작가가 대중과 함께 생생한 삶의 문제를 추구하는 과정의 창조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우리의 문학이 도리어『맹목적인 대중의식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는 일부 비평가의 말에는 귀담아 들을만한 문제성이 있다.
문학의 대중의식이란 우선 인간의 본능 속에 깃들인「집단본능」에 터를 잡고 있는 것이다.
동종·동류에 대해 호감을 갖고 혼자 따로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이 사람에겐 누구나 있다는 것이「트로트」의 설명이다. 사슴이 떼를 지어 움직이고 기러기가 무리를 지어 살 곳을 찾아 옮겨가는 것과 같은 본능이다.
이런 본능에서부터 옮겨가「집단행동」이 나타난다. 개인이 각기 자신의 의식이나 이성을 유지하기보다는 비합리적인 정서를 확대시켜 심리적 전염이 강력해지고 암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행동양태다.
이런 상태하의 군중이 위험스럽다는 것은 누구나 인식한다. 그러나 있지도 않는 위험에 지레 겁먹고, 이리 밀리고 저리 헤매는 공황상태의 군중의 위험성은 흔히 간과되기가 쉬운 것이다.
현실적인 위험 앞에서 움츠러드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다. 그러나 위험이 현실적이든 상상적이든 간에 개인이 아닌 군중에게 제시되었을 때 파급되는 영향처럼 두려운 것은 드물다. 사태에 대응하는 올바른 자세를 가다듬기에 앞서 그 군중은 지리멸렬하여 서로를 짓밟아 자멸하고 마는 것이다.
이처럼, 군중은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나 이미 그들에게는 도덕성과 지성아 거의 결여된 약점을 갖는 것이다.
이점에 있어서 대중은 군중과 다를 바 없다. 대중은 비록 직접 접촉에 의한 군중심리에 지배되지는 않지만 현대의「매스·커뮤니케이션」이 가져다주는 획일성·저속성 때문에 비이성적 군중상태가 되고 만다.
생활이 복잡해지고 살기에 쫓기다보면 개인의 자기의식은 군중 속에 묻히고 말기 쉽다. 물론 혼잡한 사회 속에서 당장 살아 남기 위해서 개인의 이기심은 조장되지만 그 이기심을 뛰어넘는 공동선의 이상은 외면된다.
그 대신 이기적 욕망을 정당화하거나 감추어 줄만한 그럴듯한 명분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조작된 허위의식이 참다운 의식에 대치된다.
이 허위의식의 망상이 대중에게 명분을 주는 것이다.
대중은 그럴듯한 구호, 명분 있는「슬로건」에 대해 냉철하게 관조하기 전에 입으로 외치고 몸으로 뛰어든다. 「소크라테스」를 가리켜「아테네」의 공공질서유지와 건전한 청년교육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해서 처형하도록 결정한 것이 대중이었다는 사실은 이 같은 인간의 비극적 성향의 한 단면이다.
우리 자신의 경제적 여건을 냉정히 살피지 않고 『소비가 미덕』인양 떠드는 틈바구니에서 소비문화의 즐거움만을 탐내는 어리석음에 빠지는 것도 대중인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시민의식을 회복하려는 대중은 비판적 의식과 합리적 정신으로 눈을 돌려야한다.
이상의 『오감도』에서처럼 『제1의 아이가 무섭다』고 한다고, 『제13의 아이』까지 무서워할 필요가 있겠는가 깊이 반성해야 하겠다.
집단본능이 어떨 수 없는 인간의 조건이겠지만 사람이 맹목적으로 그 본능에 따라가기만 해서 되겠는가. 허위의식의 도깨비를 벗어나 바른 삶의 길을 찾는 노력이 오늘의 문학과 그 독자인 대중에겐 절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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