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했던 2시간… 단독요담 주변|환한 미소로 접견실 나와 야 인사와 웃으며 악수 나눠|약속에 따라 내용 밝힐 수 없다… 양해 구하며 함구|청와대 내서도 소문 없이 추진, 「안보국회」가 주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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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과 김영삼 총재의 요담은 20일 하오 청와대에서 결정된 것 같다.
비서실장과 수석 비서관 3, 4명은 알고 있었으나 철저히 보안을 유지. 그래서 21일 상오 요담 전 30분까지 청와대 안에서조차 비밀에 붙여졌다.
박대통령과 김영삼 총재가 2시간의 단독요담을 끝내고 12시30분 서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접견실을 나왔고 김 총재는 대기하고 있던 이택돈 대변인과 박권흠 총재비서실장 등을 박대통령에게 소개.
박대통령은 이대변인의 손을 잡고『이대변인, 뭐라고 발표하려오』라고 웃으며 묻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무얼 알아야 발표하지요』라고 대답.
현관까지 김 총재를 배웅한 박대통령은 김 총재 일행이 차를 타고 떠나자 손을 흔들었다.
박대통령은 이어 이날 하오2시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여당 연석회의에 참석했다. 국회 폐회기간 중의 국회의원 활동계획 등 보고가 끝난 뒤 김 총재와의 요담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자못 기대하고있던 참석자에게 박대통령은 이날 따라 별다른 지시사항도 없이『이제 그만 합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효상 당의장서리가 『오늘 요담에 대해 밖에서는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하고 『무슨 좋은 말씀을 하셨습니까』고 물었다. 박대통령은 시계를 들여다보며 『두어 시간 만났나』고 말하면서『김 총재와 서로 밖에 나가 얘기하지 않기로 약속이 되어있기 때문에 나도 말할 수 없소』라고 말해 모두들 웃고 일어섰다.
그러나 박대통령은 연석회의가 끝난 후 이 당의장과 백두진 유정회장 등 당 간부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한동안 얘기를 나눠 혹시 요담내용이 거론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자아냈다. 이 당의장은 당사로 되돌아와 박준규 정책위의장·길전식 사무총장·김용태 총무 등 당 간부들과 장시간 회의를 가졌다.
『박정희 대통령과 서로 회담내용을 밖에 알리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당직자회의나 어디서라도 내가 얘기를 해버리면 우스워지지 않겠느냐』-.
21일 청와대에서 박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김영삼 신민당총재는 기자들의 끈질긴 질문공세에도 『국정전반에 걸쳐 진지하고 기탄 없이 유익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만 말할 뿐, 회담내용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김 총재는 『얘기할 때 박대통령의 표정이 과히 나쁜 것 같지 않더라』면서 분위기가 상당히 부드러웠다고 했다.
『평소 머릿속에 밤낮 생각했던 문제들을 얘기했다』고 밝힌 김 총재는『그렇기 때문에 「메모 등 별도로 준비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하오 당사총재실에서 고흥문 정무회의부의장과만 회담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김 총재가 박대통령을 만난 것은 민중당 대변인시절에 박순천 여사를 수행 합석했었던 일과「포드」미대통령 방한 때 「리셉션」에서 악수를 나눈 일까지 합쳐 이번이 3번째.
김영삼 총재는 22일 상오 확대간부회의를 소집하여 청와대 예방결과를 보고했으나 단독요담의「알맹이」에 관해서는 일체「노·코멘트」.
김 총재는 다만『내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그 양반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제하고『야당인사에 관계된 모종문제도 금명간「선처」될 것을 기대한다』고 일부만을 공개.
이날 아침 상도동자택에는 김명윤, 최형우, 문부식, 김동영 의원과 당원들이 찾아와 김 총재의 입만 쳐다봤으나, 김 총재는 미소만 흘렸을 뿐 요담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와 달리 다른 쪽에서는 박대통령이 안보문제를 강조하면서 지도까지 펴놓고 얘기를 했다는 등 주변삽화가 흘러나왔다.
21일의 요담은 국회소집을 둘러싸고 찾았던 여·야 당직자들의 모임에서 분위기를 조성시킨 데 힘입은 바 크다는 후평.
이중재 신민당 정책심의위의장에 따르면 박준규 공화당정책위의장, 구태회 유정회 정책위의장, 김용태 공화당 총무 등이『국회 결의문에 여·야 합의를 보는 대로 박대통령과 김 총재의 면담이 실현된다는 것을 믿어달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고.
특히 김 공화당총무는『야당이 안보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국회소집에도 협조하고 있으니 요담도 잘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하면서『나도 적극 노력해보겠다』고 약속했다는 것.
김수한 의원도 내무위 안보「브리핑」에서 여당 측에 회담실현을 강조했더니 여당사람들이『영수회담 후의 잡음이나 그것을 야당이 정책적으로 이용할 것을 우려하면서도 다들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한편 요담이 끝난 21일 하오 김용태 공화당총무는 김형일 신민당총무로부터 수고했다는 전화가 걸려오자『내가 무슨 공이 있습니까』라고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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