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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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새는 서울에서 고양이를 보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해마다 늘어나는 쥐에 눌려 고양이들이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고양이는 작은 짐승 중에서도 가장 사치스럽고 섬세한 동물이다.
그런 고양이에는 각종「스트레스」로 가득 찬 오늘의 도시생활이 맞지 않는 것이다.
몇 해 전에 세계 각지의 고양이 5천여 마리의 털 색깔을 조사한 미국의 학자가 있었다. 그 결과 도시에 사는 고양이는 시골 고양이보다 털이 거무스레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람은 30년에 한번씩 세대가 바뀌는 것으로 되어있다. 고양이는 30년에 15세대가 바뀐다. 상황의 변화에 따르는 생리적 변화도 그만큼 빨라 온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도시생활의 「스트레스」가 고양이의 털 색깔을 검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서울에서 고양이가 사라져 가는 것도「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한 때문이라 볼 수밖에 없다.
개는 고양이보다 적응력이 강하다. 또 고양이만큼 신경이 섬세하지도 않다. 그래서인지 개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보신탕의 제물로 무더기 희생을 당하면서도 여전히 번식해간다.
개라고 모두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순종들은 날로 귀해 가는 반면, 잡종만 늘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미친 개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 농수산부에서 발표한 바로는 전국의 개는 1백30만 마리나 된다. l0년 사이에 거의 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중 확인된 광견의 수효는 73년에 38마리이던 것이 작년에는 82마리로 늘어났다. 그 중의 29마리가 서울이었다. 역시 서울살림(?)이 개들까지도 견딜 수 없이 미치게 만드는 것일까.
개가 미치는 것은 광견병균에 감염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해마다 2회씩 광견병예방 「백신」접종을 해야한다.
그러나 왜 특히 이 병에 개가 잘 걸리는지는 아직 분명치가 않다. 광견병이 무서운 것은 잠복기가 보통 50일, 길면 2백여 일이나 되기 때문이다. 또 한번 이 병에 걸린 사람의 사망률은 1백%에 가깝다.
이렇게 무서운 광견병이면서도 주인들은 예방접종을 게을리 하고 있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미친 개의 눈에는 주인도. 주인의 어린이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집 아이나 이웃집 아이들이 가장 자주 희생되는 것이다.
미친 개 단속을 위한 어엿한 법규도 없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발병률은 늘어만 간다. 벌이 너무 가벼운 탓일까. 아니면 단속이 허술한 탓일까. 혹은 또 주인 없는 개들이 늘어난 탓일까. 어쩌면 고양이만큼이나 개에도 「스트레스」가 견딜 수 없이 심해진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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