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력 가담하지 않으면 북괴 남침해와도 이길 수 있다.-박 대통령, 각계원로 105명과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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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은 17일 낮 중앙정보부에서 재야원로, 여야정치 및 사회·언론·학계 등 각계지도자급인사 1백5명과 점심을 함께하며 당면한 안전보장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박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일성이 남침해 오더라도 다른 세력이 가담하지 않으면 문제없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말하고 『김일성이 중공에 가서 무엇인가 약속을 받아왔을 것이며 아마도 김은 남침을 한 후 내전이라고 주장하며 외국세력이 간섭하지 않으면 내전으로 끌고 나가 남한을 적화할 수 있다고 장담했을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안보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이때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국난을 극복키 위해 모든 국민은 한 덩어리로 단결, 총력안보태세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월남피난민들이 부산에 왔다고 지적, 『전에 월남전을 서로 도왔던 자유우방들이 지금 와서는 이들 피난민조차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완강히 거절하고있지만 우리는 이들 갈곳 없는 피난민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신직수 정보부장의 안보「브리핑」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허정씨는 이 자리서 『우리의 단합체제에 빈틈이 생기면 김일성이 틀림없이 쳐내려온다』고 말하고 『김이 일을 저지르면 중·소가 경쟁적으로 도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허정 곽상훈 이갑성 백락준 이효상 조진만 백두진씨 등 7명의 원로와 노천식당의 「라운드·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으며 식사에 앞서 다른 참석자들의 「테이블」을 돌며 일일이 악수, 인사를 나누었다.
김종필 총리는 전진오 양일동 김수환 강원용 씨 등이 모여 앉아있는 자리로 찾아가 점심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남덕우 부총리를 비롯, 김동조 외무·박경원 내무 등 일부각료들이 참석, 원로인사들과 어울렸다.
이날 중앙정보부는 원로·지도급 인사에게 ①최근 주변정세 ②최근 북괴동향 ③북괴군사동향과 우리의 국방태세에 관해 「브리핑」을 했으며 휴전선 땅굴영화를 상영했다.
이날 참석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무순)
곽상훈 백낙준 이효상 조진만 이윤영 허정 백두진 송요찬 김현철 박순천 전진오 양일동 고재욱 김의택 김일환 김정렬 김수환 모윤숙 부완혁 박종화 손원일 유달영 윤제술 윤치영 이응준 이병도 이선근 이인 강원용 임병직 장이욱 한경직 홍종인 이은상 최석채 선우휘 황성수 신태환 박준규 고흥문 김진만 김봉재 박인천 이봉래 김팔봉 박목월 고재호 배정현 전봉덕 한격만 곽명덕 편영완 박동묘 한심석 차낙동 이자주 김옥길 김경수 김연준 현승종 임철정 곽종원 조영식 「존·P·데일리」 이한빈 이항령 강신명 김기동 김윤찬 신신묵 손경산 성락서 이서옹 김남수 배상호 유건호 홍경모 김상만 방우영 장강재 홍진기 장기봉 이동수 김덕보 전성천 박용곤 이숙종 박금정 김정례 이갑성 최태호 안춘생 이맹기 이정근 이종찬 백선엽 박관수 손춘호 김용우 이범석 임곤협 김연주 김종희 박동규 정희택

<김 이대총장 누이를 먼저 소개해야죠 라고 말해 웃음 터져>
박정희 대통령과 재야원로·지도급인사들과의 오찬은 17일 낮12시 40분께부터 중앙정보부 안에 있는 의릉(이조 제20대 경종대왕 릉) 앞 파란 잔디밭에서 「가든·파티」로 베풀어졌다.
박 대통령은 12시 반쯤 김정염 비서실장·차지철 경호실장을 대동, 이미 와서 자리를 잡고있던 1백5명의 원로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했다.
박대통령은 은사인 박관수 전반공연맹회장을 맨 먼저 만나 『오랜만에 뵙습니다. 요전에 선생님이 표창을 받으시던 데요. 요즘 건강은 어떠십니까』고 물었다. 또 박대통령은 백낙준 연세대명예총장의 손을 잡고는 『오랜만이군요. 건강한 모습을 뵈니 무엇보다 반갑습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신직수 중앙정보부장의 안내로 잔디밭 넓은 숲 속에 마련된 30여개의 「파라솔」 밑 둥근 식탁에 7∼8명씩 자리를 잡고있는 사회각층 인사들을 찾아 한차례 돌며 악수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지팡이를 짚고 불편한 몸을 이끌며 나와있는 이인 씨에게 『보행이 불편하시지요, 앉으십시오』하며 자리에 앉도록 권했다.
박 대통령이 김옥길 이대총장자리로 다가가자 옆에서 신직수 중앙정보부장이 『김옥길 교수의 누님입니다』라고 소개, 김 총장은 『이대총장 김옥길입니다. 누이이름을 동생보다 먼저 소개해야지요』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모윤숙씨를 만난 박 대통령은 『점점 젊어지십니다』라고 인사말을 했고 손경산 스님이 『석가탄일을 공휴일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자 『첫번째 공휴일이 된 날이 일요일과 겹쳐서 별 보람이 없게 됐습니다』고 말했다.
언론계인사들이 모여있는 자리로 간 박 대통령은 『함께들 모여 계시군요』라고 악수를 교환.
박 대통령은 김상만 동아일보사장에게 『몸이 불편하시다면서요』라고 건강을 걱정하자 김 사장은 『당료가 있어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고 대답했다.
김진만 국회부의장은 신민당의 고흥문 의원을 대통령자리로 일부러 끌고 가 인사를 하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이날 정보부내 연못가의 「라운드·테이블」에서 있은 원로급들과의 오찬은 1시간동안 화기애애한가운데 진행됐는데 박대통령은 『일본의 일부계층은 아직도 뚜렷한 안보의식이 없는 것 같다』며 『일본인과 개인적으로 만나 얘기하면 잘 알아듣는 것 같은데 막상 행동은 그렇게. 안되고 있으니 재야여러분이 그들로 하여금 깨닫게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
박대통령 바로 옆 「테이블」에는 김진만 국회부의장, 김정염 비서실장, 차지철 경호실장, 박준규 공화당정책위의장, 고흥문 신민당정무회의부의장, 박관수씨가 자리를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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