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괴의 외채부도사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괴의 잇따른 대외채무상환 불이행이 국제적으로 크게 문제화되고 있음은 그동안에도 간간이 외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던 중 그들은 지난 3월에는 「프랑스」은행들에 채무상환을 하지 않고 오히려 채권은행대표를 평양으로 오라는 전문을 보내 관련은행들을 놀라게 하더니 최근에는 서독에 대해서도 채무상환을 불이행, 서독보험회사가 북괴에 대한 수출신용상의 부보를 거부했다는 사실이 본지특파원에 의해 전해졌다.
이로써 작년부터 서구채권국들에 대해 채무상환을 불이행하기 시작하던 북괴의 대외신용이 여지없이 땅에 떨어진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북괴가 대외채무상환에 부도를 남발하고 있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무리한 외자도입과 「오일·쇼크」이후 국제수지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작년 말 현재 북괴의 외채누계는 소련에 대한 것이 7억1천6백만 「달러」, 「프랑스」·서독·영국·「핀란드」 등 서구 9개국에 대한 것이 9억9천9백만「달러」로 모두 17억1천5백만「달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올해 안에 갚아야할 외채는 1억8천6백여만「달러」이고, 이미 채무불이행으로 1억1천4백47만「달러」가 연체돼 있다는 사실도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대외채무상환불이행 액이 누적돼가고 있는데다 「오일·쇼크」이후 그들의 국제수지가 극도로 악화했고,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누그러지기 시작한 국제자원파동의 여파로 그들의 수출대종품목인 광산물가격이 폭락, 상환계획에 차질을 빚어냄으로써 대외채무상환능력을 잃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실태는 그 동안 북괴가 국제적으로 저질러 온 작태로 봐서 어느 면에서는 크게 경악할 것도 못되지만 다음 몇 가지 점에서 특히 유의할만한 것이다.
첫째, 북괴가 이처럼 국제적으로 부도를 내면서까지 들여온 외채가 무엇에 사용했었느냐 하는 점이다.
외지보도를 보면, 서독과 「오스트리아」에 주문한 것은 열력기관에 필요한 부품·제련설비 및 선광시설·공작기계 등 주로 전쟁물자와 관련된 것들로 나와있다.
뒤집어 말한다면, 소련을 논외로 하더라도, 서구제국들이 북괴의 상환능력 이상으로 전쟁물자생산에 필요한 기자재를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주로 수출 위주의 경공업생산시설을 외자로 들여오고 있는데 반해, 북괴는 전쟁기초물자생산에 필요한 중공업시설 확충에 광분해온 것이다.
둘째는 북괴의 대외신용추락이 같은 「코리언」으로서의 한국의 「이미지」까지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경제개발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60억「달러」이상의 외자를 들여왔지만, 한번도 외채상환에 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오히려 높은 수출신장률을 바탕으로 해서 국제적인 신용을 굳건히 다져왔다.
그러나 북괴의 잇따른 국제부도는 같은 「코리언」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다져온 신용에까지 먹칠을 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더구나 북괴가 그들의 무모한 외채도입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까지 외채가 많은 사실을 들어 중상 모략한다면 그 여파가 우리의 문제로까기 발전될 소지가 없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경제적 우월성을 과시해야겠고 국제신용을 튼튼히 하는데 노력해야할 것이다.
특히 북괴가 외채로 들여온 물자의 성질과 서구의 지원, 그리고 그들의 신용추락이 우리에게 미칠 여러가지 가능성과 관련하여 경제외교를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