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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1억 때문에 … 자살로 끝난 서초동 살인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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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30대 남성이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고향 후배를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억대 빚 변제를 둘러싼 다툼이 원인이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4일 오전 8시쯤 서초동 J아파트 옥상에서 조모(39)씨가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 3일 오후 3시쯤 서초동 L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이모(38)씨를 살해한 용의자로 경찰추적을 받아왔다. 조씨가 투신한 곳은 범행 현장과 500여m 떨어져 있었다. 조씨의 옷에는 이씨의 혈흔이 묻어 있었으며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엔 “미안해요 엄마. 내가 이씨를 죽였다. 이씨 유족들에게도 미안하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와 조씨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부모들도 서로 친한 이웃이었다. 하지만 조씨가 이씨로부터 사업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이씨의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조씨는 이씨에게 원금 8000만원에 이자까지 총 1억여원의 빚을 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광주에서 지내던 이씨는 지난주 고향 후배인 이모(36)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조씨가 사는 경기 성남으로 올라왔다. 사건 당일 세 사람은 함께 점심을 먹고 서초동 아파트로 이동했다. 후배 이씨가 두 사람을 지하주차장에 내려주고 용변을 보러 지상에 올라온 사이 조씨는 준비해 간 칼로 이씨의 목과 배를 수차례 찌르고 달아났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다.

이승호·유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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