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인구 왜 계속 늘어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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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몸짱 열풍’이 분 지 오래인데도 비만 인구가 느는 이유는 뭘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0년 발간한 ‘비만과 예방의 경제학’ 보고서에서 “20세기 후반 식품 생산기술이 발달하면서 먹을거리를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시대가 열렸고, 이 덕분에 식료품 값이 싸지고 공급이 풍부해졌다”면서 “그 때문에 인류는 굶지 않게 됐지만 저소득층에게 부메랑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공장에서 만드는 식품은 칼로리당 가격을 확 낮춰놨다. 700원짜리 라면은 500㎉의 열량을 보충해준다.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세트메뉴는 3000원 안팎에 900㎉쯤을 섭취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볼 경우엔 비용이 훌쩍 뛴다. 4일 한 대형마트의 두부 한 모는 원료에 따라 1200~3600원이다. 사과 1개 1000원, 배 1개 4000원 안팎이다.

 전문가들은 ▶식생활 습관의 변화 ▶앉아서 일하는 근무 환경 ▶운동량 감소가 비만을 직접적으로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인하대병원 이연지(가정의학) 교수는 “식사 후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열량뿐 아니라 영양소의 흡수도 중요한데, 정크푸드는 열량은 높지만 영양소는 부족하기 때문에 포만감을 느끼려면 더 많은 양을 먹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사회 참여, 고용 불안정과 스트레스도 비만의 한 요인이다. 일하는 여성이 늘면서 식사 준비와 집안일에 쓰던 시간이 줄었고, 대신 간편식품이나 외식에 의존하는 가정이 많아졌다. 특히 한 부모 가정의 여성이 생계를 책임지고 있을 경우 아이가 비만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취재팀이 만난 정성호(34·가명)씨는 어릴 때부터 혼자 식사를 해결했는데, 주식이 삼겹살이었다. 어머니가 식당을 하느라 챙길 시간이 없다 보니 이씨가 좋아하는 삼겹살을 자주 먹게 했다. 이씨는 키 1m68㎝, 몸무게 113㎏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직장인들을 더 긴 시간 일하게 만들고, 균형 있는 식사와 적절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장주영 기자

◆고도(高度)비만=지나치게 살이 많이 쪄서 당뇨·고혈압·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높은 질병.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경우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30을 넘으면 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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