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어려워질 자금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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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긴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는 지금까지보다도 앞으로가 더욱 실감될 것 같다. 풍성한 유동성에만 익어온 기업들이 요즘 비명을 올리고 있다. 은행조차도 아직 긴축의 기조에 호흡조정을 못하고 있다.
3월에 2개 은행이 자금 부족으로 과태금을 문데 이어 4월에도 3개 은행이 과태금을 물었다. 주주총회를 며칠 앞두고 과태금을 물린 것은 긴축 강행을 주지시키기 위한 시퍼런 경고 장이라 볼 수 있다. 은행장 회의에서도 김용환 재무장관은 심한 질책을 했다.
사실 딱하게도 되었다. 그 동안 심한 긴축을 했다가 경기회복과 더불어 슬슬 풀어야 할 터인데 오히려 긴축을 강화하려니 고통도 심하고 반발도 강한 것이다. 물가 안정도 그렇지만 특히 외환수지 때문에 도저히 돈을 풀 수 없는 형편이다.
4월말 현재 통화는 작년 말에 비해 4.5%가 줄었지만 국내 여신은 16.6%가 늘었다.
국내 여신증가는 수입 수요를 자극한다. 4월말 국내 여신증가율은 16.6%는 작년 동기간의 증가율 11.0%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외환 수지는 작년보다 더 「타이트」한데 수입을 유발할 여신은 더 나간 것이다. 기업에서 은행 대출을 얻어도 수입대전의 결제에 거의 쓸어 넣고 만다. 금년 들어 4월말까지 외환부문에서 무려 2천 5백 32억 원의 통화 환수가 이루어졌다.
국내여신이 아무리 많이 나가도 수입대금으로 빨려 들어가기 때문에 시중에 돈이 마른 것이다.
지난 4개월 동안 통화는 무려 4백 24억 원이 줄어 작년동기간의 감소액 84억 원의 5배에 이르고 있다. 시중에 돈이 돌려면 외환부문에서 빨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여신을 더 풀어야 하는데 현재의 빠듯한 외환 사정으론 그럴 형편이 못 된다.
외환은 부도의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위험한 형편에 있다. 작년 말과 금년도에 부쩍 많이 는 수입대전이 요즘 떨어져나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월말까지 4개월 동안 벌어들인 것 보다 더 많이 쓴 외화가 무려 9억 1천 1백만「달러」에 달한다. 이 경상적자를 해외부분으로 꾸어다 메우고도 외환보유고는 4천 5백만「달러」나 줄었다.
4월 들어서야 겨우 수입 인증액이 수출 신용장 내도액을 하회하여 수출입 추세가 역전되었지만 이의 외환수지효과는 6, 7월께 에야 나타난다. 그 안에는 계속 외환을 번 것보다 더 많이 써야 한다. 지금까지도 빚을 빚으로 갚아왔는데 이를 당분간 더 계속해야 한다. 수입을 더 늘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금년 수출목표 60억「달러」의 달성은 매우 힘든 형편이므로 수입을 줄일 수밖에 없다. 잘못 하면 외환부도가 난다.
수입 억제를 위해선 「코터」제 등 직접 통제방법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여신규제이다. 수입할 자금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결국 국내여신은 더욱 「타이트」하게 규제 될 것이고 따라서 시중자금은 더 귀해질 것이다. 이미 수입 담보 금의 90일 동결 등 비상조처를 취하고있지만 원천적인 자금규제의 고통은 기업에 더 큰 압박을 줄 것이다.
요즘 들어 이토록 여신규제를 안 할 수 없는 것은 이제까지 여신관리가 다소 방만했다는 데도 원인이 있다. 작년에 무려 53.8%의 여신증가가 이루어진 데다가 금년 들어서도 재정부문에서 돈이 많이 풀렸다. 그 뒤치다꺼리를 금융에서 하려니 더욱 긴축이 강화되는 것이다.
한은은 1년만에 통화 안정계정을 부활시키는 등 유동성 규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은을 통해 지난 4개월 동안 빨아들인 돈만도 1천 3백억 원이나 된다. 하반기에도 추경편성 등으로 재정부문에서 돈이 풀리게 되어있다.
이의 주름살은 금융에 미칠 것이다. 결국 금년도 재정안정계정상 총 통화 증가율을 30%선으로 잡았지만 30%선의 통화증발을 도저히 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 30%선의 통화 증발이 되려면 50% 가까운 국내여신 증가가 있어야하고 그러한 국내 여신 팽창은 외환수지를 파멸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환수지의 급격한 호전이 없는 한 자금 핍박은 계속 심화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경기 회복기의 긴축강행에 대해선 수출촉진 기업지원 등 무수한 명분의 반격과 압력이 가해 질 것이므로 외환이야 어떻게되든 긴축 둑이 터질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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