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혼란……텅 빈 유령도시|공산치하의 프놈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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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음은 「스웨덴」의 「엑스프레센」지 「헤르만·링크비스트」, UPI의 「리처드·보일」,AFP의 「비엔티앤」지국장 「강·자크·카소」와 「라발핀디」지국장 「콜로드·주브날」씨가 「프놈펜」 함락의 최후 순간과 공산반군 치하의 「프놈펜」을 직접 지켜보고 쓴 기사를 종합한 것이다. <편집자 주>
5년 내전 끝에 「크메르·루지」 치하로 넘어간 인구 2백만의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은 포성은 멎었으나 학살과 약탈이 난무하는 「공포의 도시」로 변했다.
「조용한 도시」로 불리던 것도 이젠 옛말. 공산군의 공포시위에 시민들의 웃음은 찾을 길이 없고 시가 곳곳에는 「크메르·루지」의 소개령을 어겼다고 총살된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지난 4월 17일 상오 7시. 전 「파리」유학생 「헨·케트·다라」(29)가 지휘하는 2백여 「크메르·루지」 특공대가 「프놈펜」시 중심부에 진입, 2시간만에 완전 장악했을 때 「프놈펜」 시민들은 이들을 마치 해방자인 양 맞이했고 전쟁이 이젠 가시었다는 뜻에서 시민들은 『평화, 평화』하고 외치며 축제분위기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도 안돼 축제분위기는 사라지고 말았다.
「크메르·루지」는 확성기로 시민들을 불러모아 『아무 설명 없이 무조건 「프놈펜」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시민들은 어디로 왜 떠나야 하는지 영문을 몰랐다. 공산군은 이 명령에 어리둥절한 사람들이 주춤거릴 경우 군중가운데 아무나 한사람을 끌어내어 본보기로 즉석에서 총살했다.
「크메르·루지」군은 이리 때처럼 상점에 뛰어들어 식품·시계·의약품·술 등 닥치는 대로 약탈했다. 이중에는 자동차·「모터사이클」·자전거 등을 찾아다니는 반군들도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일단의 반군들은 권총과 자동화기로 무강한 채 「스웨덴」 적십자대표 「스트레예페르드」씨가 묵고있는 중립지역인 「호텔」에 나타나 위협, 적십자 약품을 송두리째 강탈해 갔다.
또 반군은 「프놈펜」 시내 모든 병원에 대해서도 소개령을 내려 죽어 가는 환자와 병자들이 지팡이나 연고자들에 의지해 정처 없이 병원을 뗘나는 처절한 광경이 눈에 띄었다.
환자와 불교 승려를 포함한 4백만 「캄보디아」인이 시골 들판에 강제동원 됨으로써 「프놈펜」은 물론 각 도시는 사람의 자취가 사라진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프놈펜」 함락 후 「버스」편으로 태국에 도착한 한 외국인은 공산당이 유일한 피난지 「프랑스」 대사관의 상수도를 끊어 목을 축이느라 「에어컨」의 물을 먹는 사람이 있었는가하면 굶주림에 지친 나머지 고양이를 잡아먹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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