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의원외교의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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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크메르」와 월남 붕괴 이후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재검토되고 있는 단계에서 정일권 국회의장 일행이 방미, 행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에게 한반도 정세를 알리고 미국의 공약을 다짐받은 것은 시기적으로 상호이해를 깊이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정 의장은 지난 5일부터 4일 동안 「워싱턴」을 방문하는 동안 「록펠러」 부통령, 「키신저」 국무장관, 「잉거솔」 국무차관, 「하비브」 「아시아」 태평양담당 차관보 등 행정부 지도자들은 물론, 「칼· 앨버트」 하원의장, 상원의 「맨스필드」 민주당 총무, 「스코트」공화당 총무, 「스파크먼」 외교위원장, 「스태니스」 국방위원장, 하원의 「토머스·오닐」 민주 총무, 「존·로드즈」 공화 총무 등 70여 명의 여 야 의원들과 접촉했다.
정 의장은 이들에게 한반도에서의 전쟁방지를 위해서는 미군의 한국 계속 주둔과 국군 현대화 계획의 완성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의원단과 미 의회 지도자들과의 대화는 격의 없이 진행돼 장경순 의원은 상원 외교위원들에게 공산침략의 위험이 급박한 상황에서는 한국에 관한 미 의회의 청문회를 보류해 줄 수 없느냐고 요구까지 했고 정운갑 의원은 한국의 국내문제는 한국의 야당에 맡기고 안보공약만 튼튼히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 비판적인 「맨스필드」 상원의원, 「프레이저」 하원 외교위원과 한국의 국내문제와 안보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미 상원에는 「맨스필드」외에도 「사이밍턴」 의원 등이 한국에 대해 비판적이고 하원에는 더 많은 의원들이 인권문제 등을 물어, 대한 비판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 의장 일행이 의회 내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상당히 고조시켰다고 하더라도 한·미간의 의원외교를 한층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이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관해서 의회의 기능은 막강하다. 이것은 「포드」 대통령과 「록펠러」 부통령이 선거에 의하지 않고 집권한 점 말고도 야당인 민주당이 절대 다수당이라는데 기인한다. 상 하 양원에 초선의원이 1백 1명이나 되고 이들이 비교적 「리버럴」한 노선을 걷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의회와 접촉하는데는 외교 「채늘」 보다는 의원간의 교류가 보다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 의장이 이번 방미를 통해 한반도의 안보현황을 밝혀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을 거듭 확인 받은 성과 이외에 미 의회의 대한 자세와 분위기를 피부로 느꼈다는데서 방미 의의가 찾아질 수 있을 것 같다.
【워싱턴=조남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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