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섬유수입규제 움직임|자국내서도 반대여론 거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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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이 국내불황을 이유로 한국 등 인근개발도상국 등으로부터 섬유수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일본 안에서도 경제대국으로서 떳떳치 못한 것이며 인근궁핍화를 강요하는 것은 장기적인 일본국익에도 반하는 것이라는 여론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과거 미국이 일본에 대해 석유수출의 자율규제를 강요했을 때 섬유 같은 업종은 국제분업 적 견지에서 선진국은 점차 손을 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며 주장해 놓고 이제「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일본이 국내불황을 이유로 인근개도국에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억지라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한국산「쓰무기」와 중공의 견직물에 대해 수출규제를 해주도록 특사를 파견, 요청까지 했는데 한국과 중공에 대한 일본의 무역수지는 장기적인 출 초 상태다.
한국엔「시마사끼」통산 성 정무차관이 직접 와서「쓰무기」의 수출규제와 아울러 타 섬유제품에 대해서도 정기적인 경보교환을 하고 문제가 일어날 경우 즉시 대책을 협의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한-일 무역현황을 보면 일본의 요청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즉 74년 중 섬유 하나만을 보면 일본의 대한 수출이 2억7천3백만 불, 수입 6억1천만 불로서 입 초나 무역전체로 보면 수출 24억2천만 불, 수입 13억8천만 불로서 13억불에 달하는 무역흑자를 내었다. 1년에 10억불 이상의 무역흑자를 내는 교역상대국에 대해 국내불황과 국제수지곤란을 이유로 수출규제를 요청하는 것부터가「난센스」라는 것이다. 때문에「시마사끼」특사도 한국정부 측과 절충할 때 상당히 곤란한 입장이었으며 섬유관계로 양국의무역관계에 어떤 틈이 생기면 서로 불행해진다는 명분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통산성의 입장도 한국 등 인근개도국에 대해 섬유규제를 일방적으로 강행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장기적으로 보아 섬유 같은 업종은 개발도상국에 점차 이양하지 않으면 안되므로 점진적인 섬유산업의 구조개선을 해 가야 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당장 거세게 불자 있는 섬유업계의 역력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일본섬유업계는 전 인구의 13%가 매어 있는 섬유 업을 살리기 위해선 2국간 협정에 의한 수입규제·관세인상 등 보호조처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섬유업계의 영향력은 여당인 자민당에까지 깊숙이 미쳐 자민당으로부터의 압력도 거세다.
특히「동경라운드」를 앞두고 일본이 앞장서서 수입규제를 하는 것은 자유무역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며 또 국제신의 상으로도 용납될 수 없음을 통산성도 잘 알고 있지만 당장 눈앞에 닥치는 섬유업계의 압력을 묵살할 수 없는 곤경에 빠져 있다.
일본의 섬유수입규제움직임은 그 동안 그토록 자랑스럽게 외쳐 온 경제대국으로의 부상이 단지 실물 성장 면에서 만 그러하며 아직까지 의식구조나 장기 비 전면에선 과거의 타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선명히 노정 시켰다 할 것이다. <일본경제신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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