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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기업은행, 농구 우리은행 … 2연패 합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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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여자 프로농구 정규시즌 2연패를 이뤄낸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왼쪽)이 주장 임영희와 함께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뉴스1]

여자 프로배구와 프로농구 정규시즌 챔피언이 동시에 결정됐다.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은 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전에서 3-0으로 이겨 지난 시즌에 이어 정규시즌 2연패에 성공했다. 이어 여자 프로농구 춘천 우리은행이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신한은행을 꺾고 역시 2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은 틈만 나면 3년생 레프트 채선아(22)를 칭찬했다. 범실이 적은 기업은행표 ‘짠물배구’의 밑바탕인 서브리시브와 수비를 도맡았기 때문이다. 수비형 레프트. 국적 불명의 표현이지만 국내 배구판에서는 흔히 쓰이는 단어다. 리시브를 거의 하지 않는 라이트와 달리 공수를 모두 책임지는 레프트 2명 중 수비에 무게를 둔 선수를 뜻한다.

 수비형 레프트는 화려하지 않다. 라이트나 공격형 레프트들이 공격을 이끄는 것과 달리 몸을 던지고 궂은 일을 주로 한다. 그래서 석진욱(38·현 러시앤캐시 코치)을 제외하면 걸출한 선수도 흔치 않다. 하지만 올 시즌 석진욱이 은퇴한 뒤 삼성화재가 시즌 초반 주춤했던 것처럼 수비형 레프트가 약하면 팀의 무게중심이 흔들린다. 채선아가 바로 그 역할을 하는 선수다.

여자 프로배구 우승을 이끈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왼쪽)이 기뻐하고 있다. [뉴스1]

 2011년 창단한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김희진(23)과 박정아(21), 외국인 선수 알레시아로 구성된 삼각편대의 공격력을 앞세워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베테랑인 리베로 남지연(31)과 레프트 윤혜숙(31)의 수비력도 훌륭했다. 시즌 뒤 윤혜숙이 흥국생명으로 떠났지만 이정철 감독은 걱정하지 않았다. 채선아가 빈자리를 충분히 메울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기대는 들어맞았다. 올 시즌 채선아는 팀 서브 리시브의 59.3%를 책임졌다. 다른 팀은 가장 많이 받는 선수가 30~40% 정도인 걸 감안하면 굉장한 숫자다. 상대 공격을 받아내는 디그에서도 수비 전문인 리베로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세트당 3.198개를 기록했다. 대신 경기당 스파이크는 10번도 채 되지 않는다.

 채선아는 1m74㎝로 레프트 중에선 단신이지만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수비가 좋았다. 기업은행에 입단할 때는 신장이 좋고, 공격력이 뛰어난 김희진과 박정아에게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두 선수가 국가대표로 성장하는 사이 채선아는 주로 교체 선수로 경기에 나왔다.

 이정철 감독은 “선아는 지난 시즌 한 경기도 주전으로 나간 적이 없고, 오히려 신인인 신연경(20)보다 출장 기회가 적었다. 선아가 성장한 건 노력이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채선아는 “(윤혜숙 선배의) 빈자리가 드러날까 시즌 전에 걱정을 많이 했다. 주전이 되고 나서 우승하니 더 좋은 게 솔직한 마음”이라며 “아직 챔피언결정전이 남았기 때문에 긴장을 풀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자농구 우승은 우리은행=춘천에서 열린 라이벌전에선 우리은행이 신한은행에 84-66으로 승리,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신한은행의 6년 연속 통합우승을 지난해 멈춰 세웠던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에도 신한은행을 제쳤다. 위성우(43) 우리은행 감독은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국내 선수 위주로 우승을 이뤄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특히 박혜진(24)은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잘해줬다”며 기뻐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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