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통합…늦어지는 사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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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극적 합의 없는 한 다음달로>
『우리는 전당대회를 열어 수임기구를 구성하겠다』, 『지난 번 제안한 지구당문제는 어떻게 되었소』(양일동 통일당대표) 『복잡하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두 사람이 합의하여 통합하자』, 『지구당 문제만은 말씀마시오』(김영삼 신민당총재)-. 17일 서울남산 H음식점에서 대좌한 양 당수는 넓혀 있는 거리를 좁히지 못한 상태로 헤어졌다.
지난달 31일 「기대의 바람」을 일으키며 모인 4자 회담이래 20일이 지나는 동안 김영삼 양일동 2자 회담 4회를 비롯하여 4자, 3자, 윤보선-양일동, 양일동-김대중, 윤보선-김영삼 등 사각교우회담이 13차례나 있었으나 통합에 따르는 실질문제가 타결되지 않아 답보하고 있다.

<3분의1 요구 근거 두 가지>
통합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상한 것은 지구당 안배문제.
지난 4일의 1차 회담에서 양 당수는 통일당의 최고위원 5명, 정치위원 20명, 중앙상무위원 2백명, 지구당위원장 54명에 대한 적절한 대우와 합리적인 조정을 요구했고 지구당의 3분의1인 24개 지구당위원장자리의 배당을 암시했다는 것.
「3분의1」근거는 두 가지. 첫째는 통합되는 야당은 신민당·통일당·재야세력 등이 같은 비율로 화합되어야만 선명도를 높여 민주회복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며, 둘째는 지난 73년 총선에서 신민당이 34%, 통일당이 11%의 득표율을 얻었으므로 국민의 지지기반도 3대1이라는 주장이다.
박병배 의원은 이밖에도 『긴급조치이후 통일당에서는 장준하씨가 투옥되는 등 민주회복을 위해 투쟁하다가 투옥·구류·연행 등 피해자가 모두 1백48명이나 된다』면서 그것도 「보장」돼야할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김 총재는 『정무위원이나 상무위원문제는 양 당수 뜻을 따를 수도 있다』고 했으나 『지구당문제만은 한 군데도 건드리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난색을 표명했다는 얘기. 이런 김 총재의 발언은 복잡한 당내사정과 연결되어 있다. 지난 16일 새벽 상도동의 김 총재 자택에는 느닷없이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의 항의대가 몰려오기까지 했다.
김준섭(춘천-춘성-철원-화천-양구), 오홍석(고양-김포-강화), 이기한(금천-금릉-상주), 조시환(해남-진도), 곽태진(달성-경산-고령)씨 등은 『우리는 금「배지」도 못 달고 고생만 하고 있는데 통합이후의 보장을 해달라』고 들고나섰다. 김 총재는 『통합이 이루어져도 여러분의 지위에는 변함이 없으니 안심하라』고 무마했지만 당내에 이런 폭발세력이 잠재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민당은 현재 18개 원외지구당을 갖고 있으나 통합이 된 뒤 통일당에 대한 배당확률이 높은 지역구가 바로 원외지구당이기 때문에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은 지역구 사수를 행동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도 김 총재는 「선통합 후안배」를 고수하고 있으며 「극적 타결」이 가능하려면 통일당의 3분의1선 요구의 철회 내지는 조정이 선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야」통합과 「야당」통합>
재야인사 영입을 통합과 동시에 할 것이냐, 통합된 후로 미루느냐를 놓고도 이견이 조정되어있지 않은 상태다.
양당수가 『4자 회담에서 합의본 것은 「재야통합』이라며 재야인사 영입을 병행해야 한다는 미련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으나 김 총재는 『합의본건 양당통합』이며 『양당통합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한자리에 모여 같은 음식을 들고 똑같은 시문에 동일화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서도 회담결론에 대한 해석이 사람에 따라 두 가지로 나온 셈.
윤보선·김대중씨 그리고 김총재는 선통합·후영입이라는 원칙에 따라 『재야인사 중 추천할 사람이 많으나 그들도 우선 야당이 통합된 후에 생각해보겠다니 지금은 거론할 수 없다』고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당측에선 병행론에 맞춰 입당교섭까지 벌였다는 것.
양당수가 추천하는 인물로는 8대 의원 중에서 조윤형·조연하·김상현·박종률·이세규씨 등이고 1·8긴급조치 석방자로는 박형규 목사, 김동길 교수, 구속자협의회 부회장인 김윤식씨, 이동화 교수 등. 3선 개헌을 반대했던 정구영씨를 비롯, 양순직 예춘호 박종태 김달수씨 등 전직의원들에 대한 애착도 대단하며 이들에 대해선 윤보선씨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에기다.

<정당법 해설 달라 2당2색>
합당절차를 규정한 정당법 4조2의1항에 대한 해석도 2당2색.
그 차이는 신민당이 전당대회 없이, 통일당이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
정당법(제4조2항)은 신설합당 또는 흡수합당을 할 때는 합당을 하는 정당들의 대의기관이나 그 수임기관의 합동회의의 결의로써 합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신민당은 전당대회는 물론 상무위 조차 안 거치고 김 총재가 합당회의에 참석할 수임대표를 임명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신민당의 이택돈 대변인은 『우리도 정당법은 물론 과거의 선례를 검토했고 중앙선관위의 실무자까지 다 만나보았다』며 신민당주장의 타당성을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당의 유택형 대변인은 『전당대회가 「합당에 관한 권한」이라는 것을 못박아 위임하지 않은 이상 어떤 기관도 합당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 할 수 없고 당수는 정당법에 규정한 회의체가 될 수 없다』는 주장. 따라서 합당은 전당대회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전당대회소집은 부가결이라는 반대해석으로 맞서 있는 상태.
양일동 통일당당수는 이런 법 해석에 따라 『통일당은 전당대회를 소집한다』그 김 총재에게 통고하고 소집날짜도 5월7일로 잡아놓았다. 신민당은 계속 전당대회 불요론을 펴면서 김 총재나 이대변인은 『총재가 이미 위임을 받은 이상 정무회의조차 필요치 않다』고-.
결국 이 문제는 통일당이 전당대회를, 신민당은 이를 생략하는 편법을 써서 해결해나가게 될 것 같다.

<"합당은 꼭 이룩" 신념 굳어
양당 통합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거중조정역을 맡고 있는 윤보선씨나 김대중씨는 『빨리』 『쉽게』를 계속 종용하고 있으나 양당집안사정 때문에 주효를 못하고 있은 형편.
김대중씨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해답은 자명할 것』이라며 『야당통합은 늦출 수 없고 늦어도 이달 안에 끝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씨는 양 당수를 만나서도 『지구당문제 등을 빨리 매듭지을 것』을 권고.
신민당 사정을 잘 아는 양 당수는 『신민당 안에서 김 총재의 지도체제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점에 김대중씨와 뜻을 같이하고 있으며 『합당은 꼭 이룩하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다. 김 총재는 『우선 들어와서 한집안 식구가 되면 조금 어려운 문제는 풀릴 것』이라고 조건 아닌 무조건통합을 기대하고 있다. 어쨌든 합당을 단일 의제로 한 통일당전당대회도 5월7일로 예정되어 있고 보면 통합작업은 「극적 타협」이 없는 한 5월로 넘어가는 것이 확실하다. <이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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