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행 판사의 「컴퓨터 양형연구」미국의 학술잡지에도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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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법사상 이례적으로 「컴퓨터」로 양형조절을 시도한 대법원 김윤행 판사의 양형 정립에 관한 연구가 미국의 학술잡지에 소개되어 관심을 모으게 했다.
미국산업공학회가 발간하는 「산업공학지」는 74년7월호에 『수학적 「모델」이 양형 결정에 참고자료로 쓰인다』는 제목으로 김 판사의 연구내용을 보도했으며 이어 미국 「러저즈」대학법학부는 75년2월호 학술지에 김 판사의 논문을 전문게재하고 『김 판사의 연구 「모델」은 양형 결정 과정에서 상당히 효율적이고 완벽할 만큼 공정해 법률이나 법원 법에 의해 법관의 선고를 완전히 대체할 수도 있다』고 극찬했다.
지난 73년4월 김 판사가 장남 성인씨(29·한국과학원)의 도움으로 발표한 이 논문의 골자는 법관의 개인적인 차이에서 오는 양형의 불균형을 제거하고 「컴퓨터」를 이용, 가능한 한 양형을 객관·과학화 해보자는 것. 김 판사는 이 연구에서 전체사건의 30%를 차지하며 그 사안이 비교적 평준화된 형법 268조(업무상과실·중과실)의 적용을 받는 교통사고 사건을 대상으로 삼아 양형 결정「모델」을 작성했는데 반응이 좋아 폭행·절도 등에까지 적용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컴퓨터」에 의한 양형 정립 방식은 형법5l조(양형의 조건)에 따라 교통사고의 양형 결정 요인, 즉 ▲전과관계의 유무 ▲누범인지의 여부 ▲피해정도 ▲시간과 기상관계 ▲피해자와의 합의여부 및 그 만족도 ▲도로상태와 교통의 번잡도 등 33개 요인을 그 중요도에 따라 피해상수·양형치 조정상수를 정한다.
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①피해치를 구하고 ②이를 양형 결정 요인에 따른 양형치로 환산하며 ③양형치 조정상수를 이용하여 조정한 다음 ④양형 환산표에 의해 해당 양형을 구하는 등 4단계의 절차를 거친다.
이 복잡한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불과 수초이내이며 여기에서 나온 양형은 실제공판에 의한 양형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예컨대 서울형사지법이 금고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사건을 「컴퓨터」는 금고8월에 집행유예 1년4월로 대답했다.
김 판사는 『「컴퓨터·모델」에 의한 양형이 바로 법관의 선고 양형이 될 수는 없으나 「컴퓨터」에 대한 무지와 두려움, 법관의 재량권 문제, 법조계의 무관심 등을 극복하고 이 연구를 발전시켜 참고자료로 충분히 활용한다면 법관에 의한 양형의 불균형과 이로 인한 피고인의 권익침해는 한결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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