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찰관 「로르샤하」식 인성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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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치안본부는 14일 전국 5만 경찰관에 대해 정신장애자 감별방법인 「로르샤하」식 인성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 도착관념을 비롯한 반사회적 이상성격 소유자 등을 가려내고, 수사요원 등 전문경찰관의 적재적소 배치를 위한 자료로 활용키로 했다. 치안본부 당국자는 이 같은 조치가 경찰관직무의 특수성에 비추어 총기사고 등 자체사고의 잠재요인을 제거하고 과학적 인사관리의 근거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이 같은 인성검사제 실시는 충분한 심리적 소양과 훈련을 갖춘 전문요원의 확보, 기본자료의 엄선 등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억울한 희생자를 내는 등 부작용의 우려도 있다고 지적하고있다.
치안본부는 이 인성검사실시를 위해 이미 일본 죽정기기공업사 제품의 환등식 「로르샤하」식 검사기 7대(대당 1백70만원)를 도입, 교도소 입소자·정신장애자·전과자 등 3천5백50명을 상대로 표본검사를 끝냈으며 1차로 오는 6월초에 실시예정인 경찰간부후보생 선발(선발인원 약50명)에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신규채용경찰뿐만 아니라 전 경찰관에 대해 이 검사제도를 확대, 실시할 방침으로 있다.
이에 따라 ▲우울증 ▲정신분열증 ▲신경쇠약증 ▲불안신경증 ▲반사회적 이상성격 등 5가지 성격소유자는 심한 경우 부적격자로 판정, 채용치 않을 방침이다. 치안본부는 이 검사를 앞으로 기구식 및 필답식으로 전 경찰관에게 실시, 정신 및 성격장애자로 판명되는 경우 국가공무원법 70조에 규정된 신체 및 정신이상자로 간주, 직권면직 또는 휴직시킬 것도 검토중이다.
▲김광일 교수(한양대 신경정신과 과장)=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로르샤하」식 검사에는 한계가 있어 이것 하나로 개인의 인성을 전부 판단할 수는 없다. 여기다 4∼5가지 다른 검사방법을 추가로 실시, 임상심리학자가 결과를 종합판독하고 판독결과에 따라 정신과전문의사가 용의선상에 오른 경찰관을 따로 면담, 정밀·종합검사를 해야한다. 「로르샤하」식 검사는 피검자의 특징을 제시할 뿐이지 만능은 아니며 최종판단은 정신의학자가 해야한다. 특히 집단검사일 경우 억울한 희생자가 생길 가능성도 많다.
▲박종철 박사(고려병원 정신과장)=사고요인 등을 「스크린」하는데 동원되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만 결론에 전적으로 의지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에 의한 복합적인 정밀검사를 거쳐 평가가 잘못됨으로써 있을 수 있는 억울한 희생자가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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