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진흥사업의 예총 대행방안 검토-진흥원선 일부 사람들의 욕심이라고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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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공부가 문예진흥원의 사업을 예총으로 하여금 대행, 혹은 직접 운영토록하는 방안을 검토중인데 대해 문예진흥원이 크게 반발, 주목을 끌고 있다. 문예진흥원의 운영은 지난번 평가교수단의 75년도 평가보고서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지나치게 관 주도 또는 진흥원 독선이라는 여론을 빚었었다. 이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진흥원이 본래 정부의 문예중흥정책을 구체화하는 기관으로서 설립되었으니 만큼 주무부인 문공부와의 관계가 밀접하지 않을 수 없으나 가능한 한 그 운영에 있어서는 관 주도의 인상에서 탈피돼야하며 사업에 있어서도 독자성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여론과는 별도로 문학·음악·미술·연극·영화·무용·건축·사진·국악·연예 등 10개 예술단체의 연합체인 예총은 문예진흥원이 발족될 당시부터 문예진흥원에 대한 예총의 보다 적극적이며 광범위한 참여를 구상해 왔다. 예총 측의 주장은 예총이 모든 문화예술단체를 응하고 있으므로 예총의 참여는 곧 문화예술인 전체의 참여를 뜻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예총 측의 의사는 지난 4월초 이봉래 예총회장과 조연현 문인협회이사장에 의해 이원경 문공부장관에게 전달됐고 이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실무진에 신중한 연구검토를 지시, 꽤 구체적으로 진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공부의 이러한 움직임이 외부에 전해지자 문예진흥원 측은 『그 같은 예총의 의도는 예총의 주도권을 쥐고있는 몇몇 사람들이 문예진흥원의 실권마저 장악하겠다는 심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예진흥원의 주장은 ⓛ문예진흥원은 어떤 특정예술단체나 학술단체가 주도권을 장악하거나 운영에 참여할 수 없는 독자적이며 자율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②문예진흥원은 어떤 특정 예술단체의 소관범위를 초월하여 비단 예술분야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분야 학술분야 등 폭넓은 분야까지 관장하고 있다 ③문예진흥원의 민간주도화는 환영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예총뿐만 아니라 국내의 모든 문화예술단체·학술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예진흥원의 민간주도화를 전제로 한 문예진흥원과 예총간의 이 같은 불협화음은 상당한 문제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문예진흥원의 운영이 보다 원활을 기하기 위해서 이제까지와 같은 관료적 색채가 지워져야한다는데 이의가 있을 수는 없지만 예총이 문예진흥원의 운영을 떠맡는 경우 과연 예총이 한국문화예술인들의 총의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냐 하는데도 문제가 있을뿐더러 실제로 문예진흥원의 사업가운데에는 예술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것들도 많다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물론 예총의 문예진흥원에의 흡입을 한사코 반대하는 문예진흥원의 입장에는 현 체제를 고집하려는 문예진흥원관계자들의 안이한 태도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것은 『관리 아닌 사람들이 오히려 관리보다 더 관리답고 그 방면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많이 기용함으로써 쓸데없이 많은 경상비를 들이고 있다』는 이봉래씨의 주장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문예진흥원의 현재가 개편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에 의해 문예진흥원의 운영이 전보다 더 비합리적인 것이 된다면 문예중흥 5개년 계획 그 자체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많게되므로 문예진흥원의 향후운영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규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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