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자궁경부암 백신 안전성 논란 이유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일본에서 시작된 자궁경부암 백신(HPV 백신) 안전성 논란이 또 한 차례 불거졌다. 지난해 일본에서 시작된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논란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것. 일본은 지난해 6월 이 백신을 접종한 후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의심사례가 보고되자 정기적으로 일본 후생성 산하 백신안전성위원회에서 백신 안전성을 검토하고 있다.

중간 검토 결과 후생성은 보고된 이상반응을 분석한 결과 백신 자체 성분이 문제라기 보다는 접종 당시 통증이나 불안에서 의심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이번엔 일본 내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백신 약효를 높여주는 항원보강제가 논란이 됐다. 항원보강제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포함해 폐렴구균 백신·A형 간염 백신 등 시판·생산중인 백신의 80%에는 알루미늄을 활용한 항원보강제가 들어있다.

백신 안전성 논란 여파는 국내까지 번지면서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내 의료계는 이번 사태로 백신 접종 거부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사진)에게 자궁경부암 위험성과 백신 안전성에 대해 들었다.

- 지난해에 이어 최근 일본에서 또 다시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우려가 제기됐다. 자궁경부암 백신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아니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 처음 일본에서 백신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이후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해 미 식품의약청(FDA)·유럽 의약청(EMA) 등 전세계에서 백신 안전성 문제를 면밀히 재검토 했다. 대규모 역학조사를 분석한 결과 자궁경부암 백신이 자가면역질환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2013년 WHO는 자궁경부암백신 접종이 활발한 미국·호주·일본 지역내 자궁경부암 백신 이상반응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안전성을 의심할만한 이유가 거의 없다고 발표했다. 특히 일본에서 보고된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은 부상이나 외과 시술 이후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아무런 외상이 없는데도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백신과 인과관계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 후생성 역시 비슷하게 결론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조만간 접종을 권장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백신 전문가 집단은 오바마 정부에 오히려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시급히 노력해야 한다고 오바마 정부에 건의했다. 정말 위험하다면 이렇게 접종률을 높이자고 나서겠나.”

- 일본 또 다시 부작용 이슈가 불거진 이유는 뭔가.

“어디에서나 백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있다. 이번에 이슈화된 것도 마찬가지다. 전혀 공신력 없는 단체의 소수 의견으로 알고 있다. 후생성 산하 백신안전성 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작은 심포지엄으로 알고 있다.

이들 단체는 백신접종이 치매·자가면역질 위험을 높인다고 주장하는데, 과학적 근거나 데이터·전문성이 부족하다. 단순히 과학적으로 사실이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다. 논리적 근거가 충분하다면 의학계에서 이를 논의·분석하겠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 국내에서 이런 주장에 동요해 백신접종을 거부할까 우려스럽다. 백신 접종으로 암을 예방하는 것은 B형 간염백신을 포함해 자궁경부암 백신이 두번째다. 자궁경부암은 전세계 여성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암이다. 예방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백신을 접종하는 게 맞다.”

- 당시 심포지엄에서 주장한 내용 중 하나가 백신에 알루미늄이 포함돼 위험하다는 것이다. 백신에 포함된 알루미늄은 무엇인가.

“백신의 약효성분을 높여주기 위해 들어가는 항원보강제다. 백신 면역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자궁경부암 백신은 물론 대부분의 백신에 들어간다. 2007년 조사한 바로는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접종하는 백신 중 80%는 알루미늄염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항원보강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백신에 바이러스를 더 많이 넣어야 해 더 위험하다.

당시 심포지엄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주사하면 근육 내 백혈구의 일종인 매크로퍼지가 과도하게 몰려들어 알루미늄을 둘러싸 분해를 방해, 전신으로 퍼져 염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면역반응을 활성화 시켜 만성통증 같은 자가 면역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다. 알루미늄염 논란은 이번 자궁경부암 백신 안전성 논란이 시작되기 전부터 백신접종을 반대하는 그룹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예전에 자궁경부암백신을 접종하고 사망한 경우가 보고됐다. 부검을 해보니 뇌에서 암이 발견됐다. 뇌암은 갑작스럽게 생기지 않는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는 속담처럼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백신을 접종 후에 뇌암이 진행돼 악화된 것이다. 사실 백신접종 전부터 뇌암이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다.

백신을 접종하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다. 하지만 겉으로 건강해 보인다고 정말 건강한 것은 아니다. 나도 모르게 병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백신 안전성을 검토할 때는 대규모 역학조사 결과와 비교한다. 단순한 가설만으로 백신이 안전하다 혹은 위험하다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 그렇다면 알루미늄염 관련 부작용 우려는 없는 것인가.

“그렇다. 알루미늄염이 실제 부작용을 유발했다는 근거가 없다. 알루미늄염은 백신 대부분에 포함돼 있다. 이를 사용 기간도 무려 80년으로,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한 성분이다. WHO에서도 알루미늄염 함유 백신이 건강에 위험이 있거나 예방접종 관행을 바꾸기 위한 정당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프랑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신접종부위에서 검출되는 알루미늄 함유 백혈구의 유지 여부는 어떤 특정 병세나 질환과 연관성을 갖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 이번 논란으로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에도 일본에서 시작된 자궁경부암 백신 안전성 논란으로 국내에서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표성 없는 단체의 의견에 휩쓸려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않는 것이다. 자궁경부암은 질병부담이 매우 높은 암이다. 정기적인 검진과 백신접종을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

최근(22일) 세계산부인과불임학회(COGI) 국제회의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안전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그 결과 WHO·미 질병관리본부(CDC)·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 국내외 백신 안전성 평가기관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안전성 평가결과를 인정했다. COGI는 "자궁경부암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흔한 여성암으로 건강검진 환경이 제한적인 개도국에서는 주요한 암"이라며 백신접종을 권고해고 있다.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 그만큼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 위험이 높아진다.”

- 국내 산부인과 학회 등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국내외 학술단체의 입장은 어떤가.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해 6월 일본에서 발생한 자궁경부암예방 백신과 관련된 부작용 사례와 관련해 근거 자료를 검토하여 본 결과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없었다. 더욱이 자궁경부암 예방을 통한 여성 건강 증진이라는 백신의 효과를 고려할 때 백신 접종 권고안에 대한 기존 학회 입장의 변화가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현재도 기존에 밝힌 입장과 변함이 없다.

자궁경부암 백신 안전성에 대한 국제 유관 기관의 공식 입장도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확신한다는 입장이다. 하물며 일본학술단체에서도 모두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미 CDC는 올해 미국과 세계 보건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확대를 5대 과제로 선정했다.”

권선미 기자 |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르며, 해당기관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