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저질」범람···TV 어린이 만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어린이들의 세계는 만화로 가득 차 있다. 백설공주 딸랑이·딱따마구리「샤스」·「아톰」만화구두·「뽀빠이」과자·「미키마우스」학용품 등. 외국영화뿐인 TV 어린이만화는 과연 이대로 방치해도 좋은지, 국내에서 제작된 우리 것으로 대치할 수 없는지 알아본다.
어린이만화영화의 대명사처럼 알려졌던 미국의「월트·디즈니」사후 (1966년) 우리나라 3개TV국 만화영화 담당자들은 수입할만한 좋은 작품이 드물어져 애를 먹고있다.
미국의 만화영화는 인건비 및 제작비인상으로 인해 제작수가 현격히 준 데다 작품성격도「디즈니」물같이 만화「테크닉」으로 웃기는 것이 아닌 대사중심「코미디」로 바뀌었다.
또 국제시장에 대신 진출하곤 있는 일본제만화영화는 저질 작품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방영중인 작품은 TBC가 『마술왕 「샤잔」』『「레시」구조대』『우주삼총사』, KBS가 『「해치」의 모험』. MBC가『우수의 왕자「빠삐」『유성가면「미터」『서부소년 차돌아』『만화동산』등 8편.
이 중에서 『서부소년 차돌이』『「해치」의 모험』『우주삼총사』등은 미국영화배급사를 통해 간접 수입한 일본제품이다.
미국과 일본작품을 구별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주인공들의 동작이 어딘지 뻣뻣해 보이면서 우리나라 이름이 붙여있으면 일본영화로 보아 무방하다.
한 예로 MBC에서 방영한 『뽀빠이』는 미국 것이었고, KBS의『뽀빠이』는 일본에서 그린 것이었다.
일본작품을 수입할 경우 일본어와 우리나라 어순이 같아「더빙」작업은 비교적 쉬운 반면 일본냄새를 풍겨서는 안된다는 철칙이 있어 작품 선정에 장애가 많다.
그 결과 국적미상의 황당무계한 과학공상물이나 모험물 밖에 수입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서부소년 차돌이』에서처럼 「사무라이」칼을 휘두르는 것 같은 왜색「신」을 완전히 배제할 수가 없다.
국내 영화법상 한 극장에서 외화를 상영하려면 3편 이상의 방화를 상영해야 하고 일본영화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절대로 수입, 상영할 수 없게 돼있다.
구태여 영화법규정을 들추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어린이에게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이 다른 외국만화영화나 국적미상의 작품만을 보여주어야 하는가는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3개TV국에서 굳이 외국작품을 고집하는 이유는 국내제작비에 비해 수입가가 월등히 싸다는 점에 있다. 30분짜리 TV물의 수입가는 편당 1백2O「달러」(약6만원)안팎인데 비해 국내에서 제작하려면 6천만원 내지8천만원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방영하는 일본만화 영화중에는 일본의 하청을 받아 국내에서 제작한 작품도 꽤 있다는 것이라. 일본에서는 하나에서 열까지 사람 손을 거쳐야되는 만화영화를 제작하려면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하청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라는 것.
현재 국내 만화영화제작소는 「유니버설·아트」「윤성실업」「동기동학」「삼우실업」등 4개업체. 녹음과 「필름·프린트」외에는 모든 작업을 보세가공 형식으로 하청 받아 일하고 있다. 제작비는 미국의뢰일 경우 30분 짜리 1편에 2만「달러」이고 일본 것은 6천∼6천5백「달러」내외.
「유니버설·아트」를 경영하고 있는 만화가 신동혜씨는 『일본이 미국에서 제작의뢰 받는 것중 싼 것만 우리나라에 맡기고있다』면서 『국가기관에서 국내만화영화제작을 지원한다면 어린이 정서교육과 외화획득에 도리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우리나라의 만화영화종사자는 성백명 정도나 되고 해외시장에 수출할 만한 좋은 작품을 만들 실력을 갖추고 있으나 재정적인 지원이 없어 엄두를 못내는 실정이라는 것.
63년부터 3년간 TBC TV동화부에서 만화영화 기술을 익힌 김우형씨는 『TBC동화부는 「디즈니」가 살아있었던 시기에 생긴데다가 기술자들을 새로 양성하느라 성공하지 못했지 지금KBS같은 공공기관에서 후원만 해주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어느 나라의 어린이「프로」이건 간에 만화영화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곤 있는데 공급은 줄고있어 인건비가 싸고 기술이 좋은 우리나라는 만화영화제작에 최적지라는 실명이다.
KBS홍보조사부장 이동린씨는『어린이 「프로」에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다. 국내에서 제작한 만화영화를 수출하지 못하더라도 방송50주년 기념사업으로 시도해 볼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