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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한국 마라톤의 요람 경호역전 경주대회-드릴 넘친 명승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경호역전대회가 본 궤도에 올라선 73년 제3회 대회 때부터 참가 각시·도「팀」은 전반적으로 수준이 급상승, 구간마다 신기록이 속출하고 실력의 평준화로 숨막히는「시소」를 전개, 역전과 재역전에 울고 웃는 파란 만장의「레이스」가 꼬리를 물고 펼쳐졌다.
겨울의 찬바람이 아직 여세를 부리는 3월초에 개막 된 제3회 대회는 첫날부터 서울과 충남이 열화 같은 각축을 벌이는 바람에 경호가도는 순식간에 뜨거운 열기로 들끓었다.
2연패를 노린 서울은 노장 채준석을 중심으로 임한규 김환일 소완섭 송홍락 조봉환 최원호 등으로 포진, 충남의 김영관 박원근 송식헌 오중석 김선웅 최영락 등과 맞섰다.
서울은 첫날 목포∼다시간 45.5㎞를 충남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접전을 벌이다가 제6소구인 다시∼나주간 11㎞를 채준석이 독주, 약2분을 앞서는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충남은 나주∼광주간 28.6㎞의 마지막 2개 소구에서 전가의 보도 송식헌·김영관을 기용, 서울을 45초차로 앞지르고 광주에 골·인 함으로써 기선을 제압했다.
뼈아픈 역전패의 설욕을 다짐한 서울도 이튿날 호남평야를 관통하는 목포∼전주간 200.7㎞「레이스」에서 역전의 투사 채준석을 선발로 내세워 선제공격을 시도했다. 이 속공은 그대로 적중, 채준석은 제1 소구를 충남 김영관보다 43초 앞서 주파하고 이어 정용만·송홍락·조봉환·최원호 등이 역주, 총 6시간14분32초로 전주를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서울은 목포∼전주간 종합 기록에서도 충남을 3분47초 앞질러 대세를 반전시켜 놓았다.
사기충천한 서울은 전주∼대전간 강장 316.3㎞코스에서도 여세를 몰아 선두를 사수, 충남과 경기의 집요한 추격을 뿌리쳐 우승이 낙관시. 그러나 4일째 충남의「홈·코스」인 대전∼천안간 80.2㎞의 짧은, 무대에서 일대 파란이 일었다. 충남은 연도의 도민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고 용기백배, 7개 소구중 김선웅 김영관 오중석 신희식 김상모가 5개소구를 석권하여 두번째로 구간1위를 차지하면서 종합 기록에선 서울에 3분차로 육박했다.
첫날부터 심상치 않은 필사의 백열전은 마침내 천안∼서울간 106.25㎞의 결전에서 기적 같은 역전극을 연출했다.
초반에 서울과 두번이나 선두자리를 뒤바꾼 충남은 제6소구인 병점∼수원간에서 신희식이 서울의 정용만을 제치고 선두를 확보하면서 종합 시간차를 3분으로 압축, 군포와 시흥을 지나고 노량진을 목전에 두고는 드디어 김상모의 역주로 종합시간 3초차라는 간발의 역전「코스」에 성공했다.
노량진부터 최후의 주자 충남 송식헌과 서울의 최원호는 이 3초의 사수와 만회를 위해 사력을 다해 뛰었다. 인산인해를 이룬 수도의 도심은 이 피를 마르게 하는「레이스」에 열광의 도가니 감격과 통한에 목멘 눈물을 교차시킨 이감동의 드라머는 결국 충남의 7조차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처절한 역전극의「퍼레이드」로 일관했던 제3회 대회는 역전 경주 사상 유래 없는 명승부였다.
작년 제4회 대회도 경기와 강원이 2,3위 쟁탈전이 골·인 지점인 서울운동장을 눈앞에 둔 최종 소구에서 역전됨으로써 또 다시 극적인 역전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경기와 강원은 첫날부터 충남에 이어 2,3위를 놓고 각축을 벌였다. 대전까지는 경기가 우세, 그러나 대전∼천안에서 대세는 뒤바뀌어 강원이 앞서고 마지막날 천안을 출발하자 경기가 다시 분발, 예측불허의 시소를 벌였다.
경기는 임상규·박경덕·우항환 등의 분발로 종합전적 2분40초차의 열세를 끈질기게 만회, 최종 소구를 남긴 용산에서 오히려 4초를 리드했다. 전영호로부터「바통」을 넘겨받은 이경수는 일대 돌진을 감행하는 강원 박병렬의 추격에 진땀을 빼는 필사의 도망치기를 시작했다.
장신의 이경수는 앞서가던 충북 김영수와 충남 김병식을 순식간에 추월했으나 4초 고수의 살을 깎는 부담감에 다리가 천근같이 무겁게 느껴졌다. 경쟁자가 보이지 앓는 상황에서 그는 숨이 막히더라도 최대의 스피드를 유지해야만 했던 것.
이경수가 반 인사불성 상태로 서울운동장에「골·인」했을 때 강원 박병렬은 총알같이 뒤따라 들어왔고 종합 시간차는 불과 3초.
경기가 위기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차례>
①스타 탄생
②드릴 넘친 명승부(상)(하)
③자라나는 새싹들
④코스 지상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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