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 없애는 윤리의 실천|공자 탄신 기념 안병욱 교수 강연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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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균관은 22일 상오 성균관대 구내에 있는 대성전에서 전국 유림 6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자 탄신 2천5백26주년 춘기 석존과 『국민 윤리와 그 실천 과제』 (연사 안병욱 숭전대 교수)라는 제목의 기념 대강연회를 가졌다.
안 교수는 『유교의 「정」의 정치 윤리. 「경리중의」의 경제 윤리 등은 현 한국 사회의 부정 부패와 부조리를 제거하는데 정경 대도가 되어야 할 대 원칙이다』고 강조하면서 『전통 윤리」의 긍정적 원리를 현대에 재해석해 살리는 온고지신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 교수의 강연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급속한 변화 속의 현대 사회에서 전통 윤리가 그대로 존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 윤리 속에는 포기해야 할 부정적 요소도 있지만 현대에 보존하고 그대로 발휘돼야 할 긍정적인 것들도 허다하다.
도덕이 입국의 근본이며 윤리가 흥국의 중추임은 고금을 통한 진리이다. 튼튼한 도덕력의 기초 없이는 견고한 국방력이나 부강한 경제력을 건설할 수 없으며 신의의 건전한 윤리가 없이는 국가나 개인의 존립은 불가능한 것이다.
현대 산업 대중 사회가 건실하게 존립 발전하려면 정신적 지주로서의 올바른 사회 윤리가 확립돼야 한다. 다음 세가지 유교의 전통 윤리는 현대 사회의 원리로서 강조돼야할 중요한 것들이다.
첫째는 경제 윤리로서의 경리중의 원리다. 나라를 다스리고 민중을 구제한다는 경국제민의 뜻을 가진 경제는 이를 가볍게 생각하고 의를 중히 여기는 정신으로 종사해야지 중리경의로 흘러서는 사회의 정의와 기강이 무너지고 만다.
둘째 정치 윤리로서의 정의의 원리다. 공자가 「정은 정」이라고 갈파했듯이 정치의 목적은 사회정 의를 실현하는 일이다. 동양 사상의 큰 자랑의 하나인 덕과 의로서 나라를 다스려야한다는 왕도주의 정치 철학은 오늘의 정치 윤리로 되살려야할 훌륭한 도덕률이다. 맹자도 힘으로 다스리는 패도주의의 정치를 반대하고 덕과 의로 다스리는 정치와 공정한 정치 실현의 방법을 강조했다.
정의가 근본인 정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유교 정의치 원리는 오히려 오늘에 더 절실한 정치 윤리다.
세째로 강조돼야 할 윤리는 지식인과 지도자로서의 윤리인 선공후사의 원리다. 유림이 가장 강조하는 무사의 정신이 없이는 정치인이나 관리가 될 자격이 없다. 사는 작고 공은 큰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공사를 엄밀히 구별하고 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 같은 윤리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 만연 돼 있는 부정 부패나 사회 부조리를 제거하는데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교의 전통 윤리는 근대 민주주의 윤리와는 상통되는 극히 보편 타당한 원리들이다.
우리는 전통 윤리 속에서 긍정적이고도 적극적인 원리를 발굴, 재해석하여 현대 윤리 속에 창조적으로 적용시켜 나가는 발전적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인습은 과거의 유산 중에서 버려야 할 부정적 요소지만 전통은 살려야 할 긍정적 요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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