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한 국토를 다시 찾자 (상)|이병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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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등을 주축으로 한 공업화로의 집중적 노력은 그 동안 괄목할만한 수준의 양적 생산 증가와 산업 구조의 고도화를 이룩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은 공업 생산의 측면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산업간의 불균형을 가져왔고 부존 자원, 특히 국내 자원의 비효율적인 활용 등 몇 가지 소망스럽지 못한 병발증을 파생시키기도 했다.
산지가 국토의 7할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산악국이면서 인구의 절반이 농민인 농업국이기도한 우리가 황폐한 채 버려져 있는 산지를 방치해 두고 있고 또 연간 3백만t의 식량을 수입해와야 하는 현실이 그 대표적 예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식량 수입 그만 둘 수 있다>
부존 자원의 최대한 이용과 산업간의 균형적 발전은 바로 우리 경제가 지금 지향하고 있는 공업화의 애로를 보완하는 효과까지 얻는 것이기 때문에 공업화 촉진을 위해서도 이 후유증은 시급히 시정돼야할 성질의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해방 직후 본인은 비행기를 타고 우리 국토를 두루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본 우리 국토는 산림자원 7억 입방m를 기록했다 던 이조시대의 그 산림과는 극히 대조적이었다.
일정 말기의 무차별 벌채, 해방 후 혼란기의 무분별한 남벌, 6·25 동란에 따른 치안 벌채, 그리고 수세기 동안 계속돼온 낙엽 채취가 빚어낸 국토의 적토화 등이 산자 수명했던 이 국토를 적토화 시킨 주요 원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본인은 광릉 임업 시험장 부근의 꽉 들어찬 아름드리 수목들, 거기서 떨어진 낙엽이 발목을 덮고, 그 밑에서 시꺼멓게 썩어 다시 나무를 키워주는 부토를 보고 국토 녹화, 국토 개발의 가능성을 확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휴 국토 개발. 늦기 전에>
최근 황폐된 국토를 개발, 잃어버린 국토를 되찾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석유에 이어 식량이 무기화 되었으며 목재 등 각종 자원도 곧 전략화 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자원이 풍부한데도 일부 산유국들의 조작만으로 야기된 「오일·쇼크」가 세계 경제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면 절대량 부족이 빚어낼 식량 기근은 식량 전쟁과 같은 가공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국토 개발에 나서 있는 것은 바로 미구에 불어닥칠지도 모를 식량 전쟁 등에 대비하자는 것이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오늘날의 식량 위기는 본인이 미주 지역을 순방했던 지난 40년대 중반에 이미 전문가들에 의해 예측되고 있었다.
그 예측은 지금 적중되고 있으며 「유엔」 식량 농업 기구 (FAO)는 한 걸음 더 나아가 2,000년대의 인구가 70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 오는 85년께부터 세계적 대 기근이 예상된다고 다시 경고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식량 위기를 비롯한 각종 자원 전쟁에 대비하는 첩경은 최대의 부존 자원인 국토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뿐이라고 본인은 믿고 있다.

<식량 산지는 22·7%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식량 사정과 국토 이용 현황을 보면 귀중한 국토가 유휴화, 낭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작 9백92만9천㏊에 불과한 협소한 우리의 국토는 3분의 2가 산지이고 식량 자원 생산 용지는 22·7%에 지나지 않고 있다.
산지가 전국토의 7할을 차지하고 있다고는 하기만 산림 자원은 ㏊당 10입방m 밖에 축적돼 있지 않은 상태며 농경지 면적이 2백만㏊를 넘고 있으나 연간 총 식량 수요의 3분의 1을 수입하지 않으면 기근을 면키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먼저 잃어버린 국토를 시급히 되찾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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