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형법 개정안 심의 실력 저지|어젯밤-사법위 철야 오늘-본회의장 점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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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형법 개정안의 통과와 저지로 맞선 여야의 대치로 제91회 임시 국회는 회기 하루를 앞둔 19일부터 운영이 마비 상태에 들어가 본회의조차 열리지 못 하고 있다.
19일 국회 본회의는 야당 의원들의 단상 점거로 하오 2시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으며 법사위도 야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어 10시에 열릴 예정이던 위원회가 개최되지 못했다.
야당의 본회의장 단상 점거로 본 회의는 이날 하오 2시로 늦추어 열기로 했다.
이날 상오 10시40분 신민당 소속 의원들은 형법 개정안이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직접 상정될 것이라는 정보에 따라 의장 석을 점거, 의사 진행을 봉쇄했다.
야당 의원들은 의장 출입문을 막아 정일권 국회 의장은 상오 10시45분쯤 의원 출입문을 통해 회의장으로 들어왔으나 야당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여 개회를 선포하지 못한 채 그대로 퇴장했다.
최형우·황호동·김동영·노승환·박용만·김현기·김상진·송원영 의원 등 30여명의 신민당 의원들은 단상을 점거하고 한영수 의원은 발언대를 오세응 의원은 의사 봉을 잡아 의사 진행을 불가능하게 했으며 여당 의석에서도 김진봉·정재호·김용채·박삼철·손승덕·함명수 의원 등과 고전식·김용태·서상린·김임식·김용호·성낙현·이도선 의원이 나와 한때 여야간에 가벼운 충돌을 일으켰다.
김용태 공학당 원내 총무는 『의장 말도 안 듣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냐. 왜 의장이 사회를 못하도록 막느냐』고 했고 홍병철 의원 (공화)은 『총무단끼리 얘기하여 「룰」대로 하자』고 고함쳤다.
정일권 의장은 약 5분 동안 의원 의석에 있다가 퇴장해 김형일 신민당 총무·김용태 공화당 총무와 의장실에서 국회 대책을 협의했다.
이 모임에서 별 타협을 보지 못하자 신민당은 국회 신민당 총재실에서 긴급 확대 간부회의를 열어 본회의와 법사위의 봉쇄를 계속 밀고 나가기로 했다.
공화·유정회 합동 의원 총회는 이날 형법 개정안을 이번 회기 중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여야 총무 회담을 마치고 나온 김용태 공화당 총무는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치 않겠다고 확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믿지 않으려는 야당과는 더 이상 절충할 수가 없다』면서 『여당은 기존 방침대로 오늘 중으로 본 회의를 열어 일반 안건 처리를 계속 시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화당과 유정회는 18일 하오 8시10분 본회의가 산회된 후 법사위를 소집하여. 본회의에 보고·발의된 형법 개정안을 법사위에 상정, 심의하려 했으나 하오 3시부터 회의장을 점거한 야당의 실력 저지로 개회조차 못한 채 19일 상오 10시로 법사위 소집을 연기했다.
장영순 위원장이 하오 11시10분 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에도 김형일 원내 총무 이댁돈 대변인 등 11명의 야당 의원들은 법사위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철야 농성 했다. 여당은 「형법 개정안」의 법사위 심의가 19일에도 불가능하면 국회법상의 의장 직권을 발동해 본회의에 직접 상정해서 처리할 방침이다.
공화당과 유정회 총무단은 야당이 18일 철야로 법사위에서 농성한 사태를 감안, 「의장 직권」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 의장은 법사위에 19일 안으로 형법 개정안 심의를 끝내 달라고 국회법 제77조 (심사 기간)에 의한 심사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주변>"긴급조치보다 더 무서운 게 있었군"|회의장 요소는 모두 야 의원이 점거|귀가하라는 권유에 불구하고 밤샘|"야서 변칙 구실 줘" 회의장 이전론
형법 개정안이 전격 발의된 18일 국회 법사위에는 하오 3시부터 신민당의 김인기·김명윤 의원 등 법사위원들이 모여들었고 여당 측 법사위원들은 장영순 위원장과 함께 하루종일 본회의에도 출석치 않고 국회 근처 N「호텔」901호실에서 대기.
김명윤 의원은 『이제까지 긴급조치가 제일 무서운 줄 알았는데 그것은 노루 잡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호랑이와 사자를 잡는 법』이라며 비난.
하오 8시10분 본회의가 끝나자 신민당 소속 장년급 30여명과 공화·유정회의 행동력 강한 의원들이 모두 법사위가 있는 제2별관으로 모여들었다.
여당 의원들은 위원장실과 전문 위원실을, 야당 의원들은 회의실을 각각 점거하여 「실력저지」와 「강행 통과」의 대책을 각각 숙의.
야당 의원들은 법사 위원장 석을 김 총무가, 발언대를 문부식 의원이, 회의장 입구를 김상진·신상우·박병순 의원이, 국무위원석을 이기택·한영수·오세응 의원이, 직원석을 고흥문·정운갑 의원 등이 각각 점거.
위원장실에서는 개정안 제안 설명을 위해 나온 박준규 공화당 정책 위의장과 길전식·구태회·이병희 의원 등이 자주 머리를 맞댔다.
9시15분경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법사위에 나타나 김 총무·이택돈 대변인 등을 불러 대책을 지시한 뒤 위원장 뒷 자석에 앉자 구태회 장관이 다가와 『총재가 진두 지휘를 하느냐』면서 『총재는 점잖게 들어앉아 있으라』고 돌아갈 것을 권유.
여야 의원들이 가파른 대치를 계속하고 있는 동안 장영순 법사 위원장은 김명윤·이중재 의원과 만나 협상을 시도.
장 위원장은 『야당은 내일 하자고 하고 여당은 오늘 하자고 하니 오늘은 상정만 시켜 제안 설명을 듣고 내일 찬반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김 의원은 『여당이 이제까지 복수법안 처리를 한 작태로 보아 보장할 수 없다』고 거부.
장 위원장이 『각서를 써주면 되지 않느냐』고 했으나 『상정만 하겠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야당은 이것마저 거절했다. 장 위원장은 『야당이 계속 이러면 변칙 처리의 구실을 여당에 준다』고 은근히 협박했다.
절충이 여의치 않게 되자 저녁 10시10분쯤 장 위원장은 여야 법사 위원들을 소 회의실에 모아놓고 간담.
50분간의 절충은 결말을 보지 못한 채 밤 11시쯤 장 위원장은 회의실에 나타나 『공식 회의를 열어 오늘의 경과를 보고하려 했으나 야당 측에서 불응하므로 그냥 이렇게 말씀드린다』면서 『오늘은 이것으로 끝내고 내일 아침 10시에 소집한다』고 알린 뒤 퇴장.
그러나 신민당 총무단과 법사 위원들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여 밤새껏 지키자는 결론을 내리고 김형일 총무가 그때까지 의사당 총재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영삼 총재에게 보고.
귀가한 장 위원장은 밤 12시10분쯤 법사위로 김형일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안 할 것이니 고생 말고 들어가라』고 권유했으나 신민당 측은 안심이 안 된다 해서 계속 기다리고 있다 새벽 1시 반쯤 김 총무와 김인기·김명윤 의원은 귀가하고 이택돈·박한상·문부식·황명수 의원은 밤을 새웠다.
당초 여당 측은 야당이 적극 저지 투쟁으로 나올 경우 회의장을 딴 곳으로 옮겨 처리하는 방법도 고려했었으나 정정당당한 법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면 국민의 오해와 불신을 받게된다는 반대가 나와 채택되지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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