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메르」반정세력「크메르·루지」의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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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크메르」의 운명을 재촉하고 있는 반정부세력의 정체는 아직 별로 알려진 게 없다.
「파리」에서 인지 평화조약이 체결된 73년 1월 이후「키신저」는「크메르」에서 협상을 시작하기가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로 협상의 대상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들었다.
물론 이는 군사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인 정부군에 여유를 주기 위해 협상을 지연시키려는「키신저」의 의도를 드러내는 말이긴 했지만 실제로「론·놀」이 상대해서 싸우고 있는 소위「크메르·루지」군의 정체는 복잡하다.
첫째「크메르·루지」로 일반적으로 호칭되고 있는 반정부군은「마르크스」주의자를 주축으로 하는「크메르·루지」,「시아누크」를 지지하는 민족주의와「크메르·룬드」, 그리고 54년「제네바」협정이래 월맹에서 훈련을 받고 돌아온 7천명의 친 월맹 파들을 주축으로 하고있다. 이들을 모두 합쳐 약 7만5천명의 병력이 반정부군을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호지명 통로를 방위하기 위해 국경지대에 마련되어 있는 2만명의 월맹군과「크메르·루지」에 파견근무하고 있는 최소한 5천명의 월맹 군사전문가들이 측면지원을 하고 있다.
이들 군대를 지휘하는 정치기구는「시아누크」의 지배하에 있는「크메르」왕국 민족연합정부(GRUNK)와 공산주의자들을 대변하는「크메르」인민해방전선 (FUNK) 의 둘로 갈라져 있다.
현재로서 반정부군의 실질적 지휘자로 알려진 유일 한 인물은「키우·삼판」이라는 인물이다. 「파리」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한때「시아누크」정부에서 교육상을 지낸 것으로 알려진 45세의 이 인물의 정체는 신비 속에 싸여있다. 일설에 따르면 그는「시아누크」가 국가주석이었을 때 그의 미움을 사서 처형되었으며 현재의「키우·삼판」은 그의 이름을 도용하고 있는 가짜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일설은 또「시아누크」가 그를 처형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 오보로서 그는 현재 건재해 있다는 설이다.
여하튼 현재로서는 만약「크메르」가 넘어갈 경우「크메르」를 관장할 인물은「키우·삼판」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외부에서는 보고 있다.
「시아누크」는 비록 대외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국민들에게 상당한 인기가 있기는 하지만 오랜 기간 현지에서 투쟁해온 세력이 실권을 잡게되면 역시 일선에서 싸워온「키우·삼판」을 지도자로 옹립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삼판」은 74년 봄 중공과 월맹을 위시하여 중동·동구지역을 순방했으며 가는 곳마다 국가원수의 예우를 받았다.
그의 현재 공식 직함은「크메르」왕국 민족연합정부의 수상 서리다.
「시아누크」자신은 반정부군이 집권하게 될 경우 1년 중 한 달만「크메르」에서 머무르고 나머지 11개월은 밖에서「크메르」의 외교정책에 힘쓰겠다고 말함으로써 자신이 실권을 잡을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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