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운전사 「이란」파견 계획|용역비 덤핑으로 유산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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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트레일러」운전사들의 「이란」파견이 실현될 수 있을까. 중동지역에 대한 인력수출의 첫 발판이 되고있는 「이란」파견 문제는 일부 국내회사들의 용역비「덤핑」으로 임금문제를 결정짓지 못해 자칫하면 파견 계획조차 수포로 돌아갈 위험마저 지니고 있다.
그러나 노동청이나 한국해외개발공사 측은 앞으로「이란」이나 중동의 산유국들이 항만·도로공사 등에 막대한 외국인력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아 한국에서도 연차적으로 8만여명을 파견할 계획을 세우고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문제만은 타결 지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구체적인 계약 체결을 위해 현재 우리나라에 와있는 「이란」의 당해 회사인 「파스·인터내셔널·컨테이너」회사 실무 책임자인「톰슨」씨도 「이란」의 기후조건으로 보아『한국인기술자들이 가장 알맞는다』고 밝혀 아직은 결코 어두운 전망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란」의 기후는 낮에는 섭씨40도까지 오르나 밤에는 영하로 떨어지는 등 기온의 변화가 심해 한국과 인력수출을 경쟁하고 있는「필리핀」이나 인도 기술자들은 이 같은 자연 조건을 극복해 내기 힘들고 오히려 한국인들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노동청 및 해외개발공사 측은 당초 협의된 수준인 월7백∼8백95「달러」수준보다는 훨씬 떨어진 5백50∼6백「달러」선에 타결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용역비「덤핑」현상을 일으킨 근본원인은 우선 인력수출의 감독기관인 노동청이나 주무관서인 개발공사 측의 엉성한 계획 때문에 빚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우선 8만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을 수출하겠다는 방침이 세워졌는데도 노동청이나 개발공사 측은 현지에 직원 한 명 파견하지 않고 현지 대사관이나 또는 이미 현지에 진출해 있는 회사들을 통해 정보를 얻어왔기 때문에 사실상 현지의 사정에 어두웠다. 게다가 현지에서 필요한 인력이 구체적으로 어느 직종에 어느 정도의 기능을 가진 기술자 몇명을 필요로 하는지 등 세부적인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첫번째 관문에서부터 이 같은 잡음을 일으키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진 용역만을 맡겠다고 관계당국에 제의를 한 협우산업 측은 상주직원이 「이란」에 머무르면서 이미 지난2월초「파스·인터내셔널·컨테이너」사가 22t급 「트레일러」7백대를 사들였다는 정보에 따라 한국대사관 참사관입회 아래 「파스」사장과 접촉, 국내업자로서는 처음으로「트레일러」운전사 등 용역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혀「이란」의 「트레일러」운전사파견문제는 협우 측이 「이니셔티브」를 잡고있다는 것이다.
협우 측은 노동청당국이나 개발공사 측에서 「트레일러」운전사를 받아들이겠다는 「파스」회사가 무슨 업종을 취급하는 회사인지 또는 주소조차 몰라 협우에 문의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문제는 당국의 무계획적인 태도에서 빚어진 것으로 앞으로 중간지역 인력수출을 위한 좋은 교훈을 남겨주었다. <전수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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