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준위, 통일 컨트롤 타워로 … NSC 맞먹는 역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박근혜 대통령의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문 발표장에는 정홍원 총리를 비롯한 부처 장관들(오른쪽)과 김기춘 비서실장을 포함한 수석비서관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예정된 30분을 넘겨 41분 동안 A4 용지 20장 분량, 1만1900여 자의 담화문을 읽었다. 취임사 때는 A4 용지 11장 분량이었다. 이날 담화문 발표는 지난해 3월 4일 정부조직법 개정 지연에 대한 담화 후 두 번째다. 박 대통령은 담화 발표 직후 ‘국민경제자문회의 및 경제관계장관회의 연석회의’를 주재했다. [변선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설치하겠다고 밝힌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 이슈가 향후 국정의 중심과제가 될 것이란 걸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25일 “통일이 우리나라 경제 재도약의 큰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준위 구상은 취임 1주년 담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개괄적 틀이 짜여졌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지금까지 있었던 문화융성위원회, 대통합위원회, 청년위원회 등과 성격이 같다고 보면 된다”며 자문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통준위가 자문을 넘어 범부처 차원의 연구활동도 수행한다는 점을 들어 단순 자문기구보다는 인권위원회와 같은 실행기구에 가까운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준위가 대통령 안보 자문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같은 핵심 역할을 할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이곳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하고 남북 간의 대화와 민간교류의 폭을 넓혀갈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말이 근거다. 분단상황하에서 NSC가 북한 안보 현안 등을 다루고, 통준위는 외교·안보 정보를 바탕으로 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를 포괄해 종합적인 통일 논의 추진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통준위는 통일의 과정에서 협력, 북한 문제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다룰 컨트롤 타워가 될 것”이라며 “NSC와 통준위가 북한 문제를 다루는 양대 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인선도 관심사다.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이슈인 만큼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을 가능성도 있지만, 상징성을 가진 정치권 인사가 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범국가적 ‘통일시대준비위원회’를 제안한 바 있다는 점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구성 위원으로는 5명 내외의 당연직 위원과 유관기관의 기관장, 그리고 30~40명의 위원이 위촉될 가능성이 크다. 당연직 위원은 외교·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대통령비서실장, 외교안보수석, 민주평통 부의장 등이 포함되고 국립외교원, 통일연구원, 탈북자 정착지원 기구인 하나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세부적으로 통일준비위 산하에 소규모의 독립사무처가 꾸려져 경제·행정·헌법 등 분야별 위원회의 실무적 소통을 담당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통일준비위가 민간단체, 필요하면 외국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아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쪽(북한) 멘털리티가 어떤지 하는 것을 탈북자들과의 많은 면담을 통해 미리 연구할 수 있다”고도 했다. 따라서 통준위가 구성되면 ‘1090 평화와 통일운동’(이사장 이영선 코피온 총재) 같은 민간단체와 협력 방안도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세부 역할 등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남남갈등을 극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당과 시민단체, 야당 목소리까지 포용하는 구성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큰 그림과 구상에서 통일준비위원회가 나오면 좋은 일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시즌2라면 결과는 빈손일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전략 구상이 무엇인지, 예컨대 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으로)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지금도 통일부 대신 청와대가 대화를 독점하는데 민간까지 참여한 위원회가 남북대화 창구가 된다면 기존 창구(통일부)는 뭐가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글=정원엽·허진·이윤석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