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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작별상봉' 날 … 북 3차례 NLL 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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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 첫날인 24일 밤 북한 경비정(420t급) 한 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세 차례 침범했으나 해군의 경고통신을 받고 돌아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북한 경비정 한 척이 24일 밤 10시56분과 11시46분, 12시25분 세 차례에 걸쳐 연평도 서쪽 24㎞ 지점의 NLL을 3㎞가량 넘어왔다가 ‘북상하라’는 해군의 경고통신을 받고 돌아갔다”고 밝혔다.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어온 건 올 들어 처음이다. 지난해엔 세 차례 NLL을 넘어왔었다. 해군은 북한 경비정에 대해 10여 차례에 걸쳐 “북상치 않으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 이후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귀측에 있다”는 경고통신을 보냈지만 사격은 하지 않았다.

 당국은 북한의 NLL 침범 배경을 분석 중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해당 지역에 조업 어선이 없었던 것으로 봐 의도적인 침범으로 보인다”며 “우리 군의 대응태세를 점검하고 KR 훈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R 기간에도 이산가족 상봉을 수용한 북한이 세 차례 NLL을 넘었고, NLL을 넘어서도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 점은 미스터리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전에 NLL을 넘은 북한 함정들은 고속으로 기동하며 우리 함정과 대치하다 돌아가곤 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저속으로 이동하며 뭔가를 찾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고 전했다. 북한 경비정은 해군의 경고통신 직후 방향을 북쪽으로 틀었으나 항해 속도를 늦추며 2시간 만에 NLL을 넘어 되돌아갔고 북상하면서도 지그재그로 기동했다고 한다.

 한편 지난 20일부터 2박3일씩 두 차례에 나눠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은 25일 오전 작별상봉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남과 북의 가족들은 재회를 약속하며 짧은 만남 뒤 긴 이별을 했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의 끈을 이어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을 남북 관계 개선의 첫 단추라고 한 만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대북 지원과 고위급 접촉 등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24일 정부 차원의 대북 구제역 방역 지원을 결정한 데 이어 민간 단체들의 대북 지원도 허가할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중단하고 남북 관계 냉각기의 원인이 됐던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경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정상 간의 협의가 이뤄질 수도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한·미 연합훈련 불만 표시 가능성
남북관계 개선은 계속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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